우리의 품격 사회

황상민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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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목소리 보다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경제를 살리자는 이야기에 식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대통령께서 경제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고 믿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조금씩 사람들은 이제 성공이나 돈이 행복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듯 하다. 춥고 배고픈 과거를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배부른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참살이’라고도 여전히 낯선 말로 표현되는 웰빙 바람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이런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경제를 살려야 하고, 무조건 돈 많이 벌자는 이야기는 그리 품격이 있는 생각은 아니다. 돈이 우리 삶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듯이, 경제를 살리는 것 보다 품격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 갈급하게 느껴진다. 정말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G20 개최국이 된 것을 선진국의 도약이라고 자축한 우리 대통령의 행동도 분명 더 이상 졸부국가가 아닌 품위 있는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 당신의 갈급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우리 사회가 품격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우리가 바라는 품격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각자 각론 수준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일수록 우리 사회의 품격은 마치 그들이 당연한 듯이 누리는 사회 특권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서 대중들은 단지 자신이 피해는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품격사회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신의 삶에 그리 만족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만을 해결할 거창한 수단이나 목표는 없는 그런 체념한 심리 상태에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이야기 하는 품격 사회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특혜나 특권이 없는 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회, 공무원들이 국민을 기업의 고객 대하는 듯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하는 그런 사회를 단지 꿈꿀 뿐이다.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한 삶을 누린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하기로 한 일은 일사분란하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공적인 일처리가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된다. 국민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정치인은 당의 입장이나 결정과 다르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밝힌다. 공무원 비리는 민간인에 비해 더 엄격하게 처벌한다. 법원, 검찰 등 사법부가 정권의 의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고소득자와 부자에 대해 세금 징수를 강화한다.”

이와 같이 특별하고 대단할 것이 없는 상식적인 사회의 모습이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간절히 원하는 품격 사회의 모습이다. 서민행보와 통합의 메시지로 지지도를 회복한 듯한 현 정부가 다시금 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감언이설로 반짝 인기는 가능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오래 잡기란 힘들다. 현실 문제에 대한 분명한 가치와 지향점을 표현할 때, 국민들은 품격 있는 사회를 감동 다큐처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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