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

김영용 / 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발행일 발행호수 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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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 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에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로빈슨 (James Robinson)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잘 살고 못 사는 이유를 그 나라의 제도에서 찾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존중되는 포용적인 정치 경제 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억압과 착취 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존중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생존과 번영의 길이라는 점을 새롭게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선진국과 남북한, 남미 국가 등 많은 나라를 대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6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력을 능가했던 북한 경제의 추락과 6.25 동란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나 지금은 선진 부국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성장과 번영 사이에는 바로 그런 체제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보호되고 존중될 때 자기중심적이며 제한된 관용만을 가진 인간들 간에 서로의 이익과 생존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도덕 법칙이 수립되고, 그런 도덕 법칙 하에서 자생적 경제 질서가 형성된다. 따라서 자생적 질서는 인류가 오랫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하여 진화해 온 것이며, 인간은 이런 질서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고, 또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다. 이는 곧 경제 질서는 인간 이성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정부의 경제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새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자유시장경제를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구성을 주도하는 집권 세력은 흔히 경졔 개입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보다는 집권 세력의 의지와 이상을 내세워 국가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이념 성향이 강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현 정부도 그런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산의 30퍼센트를 넘어선 고용과 복지 예산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정부는 새해부터 집권 기간 동안 재정적자를 172조 원으로 계상하고, 이와 함께 복지 지출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런데 복지 정책은 일단 도입되면 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복지 수혜자들도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사회의 건강성은 떨어진다. 복지는 자립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지, 아동이나 노인 등의 집단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증가하는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은 주로 돈 많이 버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으로부터 거두어들일 계획인바,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투자를 통해 경제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성장 동력이 사라져 경제가 추락하고 모든 사람들이 궁핍하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일반 대중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국가 사회가 바로 그 다수 대중의 지지를 얻은 민주정의 타락과 함께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단기간에 성장과 번영을 이룩한 한국 사회가 생존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섭을 줄이고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 그것이 새해, 한국 경제가 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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