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한국시민교육연합 사무총장
발행일 발행호수 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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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한국시민교육연합 사무총장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테러

국마적 연구 및 강력한 처벌 규정과

과학적 교정에 나서야 해

묻지마 범죄 증가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인성 교육과 상담지원도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무동기 범죄가 자주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원래 공식적인 범죄학이나 형사사법학 용어는 아니다.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무동기 범죄’ 또는 ‘동기 없는 범죄(Motiveless Crime)’가 비슷한 표현일 수 있으며, 말 그대로 특정한 범죄의 목적이나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범죄유형에 해당한다.

무동기 범죄로 볼 수 있는 묻지마 범죄는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일종의 사회적 테러로 구분된다. 필자가 현장에 가보았던 부산광역시 동래역 근처의 묻지마 여성 각목 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그냥 기분이 안 좋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폭행이 한낮의 시간대에 벌어졌다. 가해자에 대한 조사 결과 정신이상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길을 가던 행인을 상대로 한 이와 같은 폭력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피해의 내용이나 그 양상에 대한 측정도 불가능하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죄가 가장 흔한 묻지마 범죄의 유형에 해당하며, 실직이나 실연, 가족 간의 불화, 학업에 대한 불만, 사회상황에 대한 불만, 자기 현실에 대한 비관적 인식 등이 작용하여 주변에 약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력범죄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수록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묻지마 범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온한 일상에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면 순식간에 살인이나 폭행, 상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설령 내가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족을 잃는 불행이 나에게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묻지마 범죄를 단순한 정신이상자의 범죄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 제어와 통제의 중요한 대상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먼저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가적 연구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 자주 발생하고 많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유형의 범죄행위에 대한 별도의 법률적 처벌규정을 정비하여 강력한 처벌과 과학적 교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테러로 간주하여 중형을 선고해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기가 있는 범죄보다도 무동기 범죄에 해당하는 묻지마 범죄가 필자는 더 나쁜 범죄라고 생각하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테러에 속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범죄현상이 앞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육현장의 인성교육 강화와 사회적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지원이 사회방위적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상담과 심리치료, 정신과적 치료 등 광범위한 사회적 지원을 통해서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다른 사회구성원에게 테러를 가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법도 묻지마 범죄의 완벽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목숨을 잃거나 큰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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