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황사,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로 악화
미세먼지, 인간 활동이 만든 문제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맑은 하늘을 누리기가 쉽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2일 오후부터 몽골과 중국의 국경 사이에 있는 고비사막 등에서 발원한 황사가 중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면서 13일에는 대기질이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보다 앞선 11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몽골 중서부와 신장자치구 등 사막 인근 지역에서 찍은 영상들이 속속 올라왔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앞으로 강풍이 불자 순식간에 하늘을 가릴 만큼 높은 모래벽이 쌓인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모래 폭풍이 일어나자 도로는 뿌옇게 변해버렸고, 그 사이를 차량들이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중국 중앙기상청은 11일 오전 8시를 기해 황사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50m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 곳곳에서 차량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따뜻하고 약한 서풍이 지속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까지 겹치며 대기 오염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황사의 발원지와 발생원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는 주로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81%), 중국 북동 사막지역(18%), 황토고원(1%)에서 발생한다. 이 중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직접 유입되는 경우가 50%, 경유하는 경우가 31%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중국 북동 사막지역과 황토고원에서 발생한 황사가 국내로 들어온다.
그런데 황사 시즌과 날씨가 풀리는 것이 정확히 일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가 추우면 땅이 얼어 황사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고비사막과 내몽골지역 등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에 눈이 덮여 있으면 흙먼지가 쉽게 날리지 않는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해 눈이 녹으면, 이 지역은 급격히 건조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렇게 땅이 바짝 마르면 흙먼지가 일어나고 편서풍과 함께 한반도로 이동한다.
하늘에도 해류처럼 공기가 흐르는데, 한반도 북쪽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제트 기류’가 흘러간다. 이렇게 황사가 불어닥쳤을 때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잡으면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대기가 정체돼 황사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만약 봄철에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황사가 완화되겠지만,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수록 황사는 더욱 지독해진다.
중국과 몽골 지역의 빠른 사막화도 주범 중 하나다. 중국은 도시 확장과 농경지 개간으로 사막화가 심해지는 지역이 늘고 있다. 농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숲과 초지를 개간한 데 이어,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면서 땅이 메마르고 토양 침식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한 가축 방목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에서 풀을 뜯어먹는 가축의 수가 늘면서 초지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풀을 지나치게 뜯어먹으면 뿌리까지 손상 돼 땅이 맨흙 상태가 되고, 이 상태에선 바람이 불면 쉽게 흙먼지가 날리게 된다. 과거에는 나무와 풀이 토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개발과 가축 방목으로 그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인
미세먼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황사와 달리 대부분 인위적으로 발생한다.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 활동 등 인간의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초미세먼지는 황사를 포함한 자연 발생적 입자와 인위적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공기 중에 더 오래 떠다니며 바람을 타고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혈관 및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크기
황사의 주성분인 황토 혹은 모래의 크기는 0.2~20μm(마이크로미터)로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것은 1~10μm 정도의 크기이다. 황사는 주로 미세먼지 범주에 포함되지만,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다른 오염물질과 결합해 일부는 초미세먼지로 변환될 수 있다. 반면,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와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1/20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 호흡기를 통해 폐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건강을 지키는 생활수칙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실외 운동을 해도 될까?
미세먼지를 피하려다 오히려 운동 부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미세먼지 ‘매우 나쁨’ 이전 단계에서는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국내 40세 이상 심혈관질환이 없는 18만 977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주 5회 빨리 걷기, 자전거, 등산 등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심폐질환자나 임산부, 영유아의 경우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실외 활동을 줄이고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출 후에는 샤워와 세수, 양치질을 통해 몸에 남아 있는 황사와 미세먼지 성분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신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긴 소매 옷을 착용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마스크 선택 시 등급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KF80 등급은 평균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며, KF94 등급은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등급이 높을수록 호흡 저항이 커질 수 있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특히, KF94 마스크는 어린이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므로, 실외 공기 오염이 심할 때에는 어린이들에게 착용시키기보다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매년 반복되며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