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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미국에선 무슨 일…?
– 교황, “美 이민자 추방, 나쁜 결말을 맞을 것”
– 미국, “교황은 가톨릭교회나 바로잡길”
지난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멕시코와 남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 문제가 고질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이민 정책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선 당시 트럼프는 국경 장벽 재건,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비자 정책 강화 등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교황청 공보실(교황청 홍보처의 보도자료 담당실)에 따르면 교황은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언급한 뒤 “모든 인간이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다는 진실이 아니라 힘에 기반한 조처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며,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 경고했다. 교황은 지난달에도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에 대해 “망신스럽다”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교황의 비난들에 즉각 반발했다. 미국의 국경 차르(국경 보안, 이민 문제, 마약 밀수 방지 등의 정책 총괄) 톰 호먼은 “가톨릭교회가 엉망(mess)”이라면서 “교황은 가톨릭교회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거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교황은 교회를 고치는데 충실하고, 국경은 우리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티칸 주변에는 성벽이 있다.<자료1>
바티칸에 불법으로 들어가면 심각한 범죄로 기소되어 감옥에 갇힌다.”, “그러면 교황은 자신이 사는 바티칸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을 세울 수 있고, 미국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이탈리아 로마 한가운데 위치한 바티칸의 높은 성벽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자기 자신과 바티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벽을 가졌지만, 우리는 (바티칸처럼) 미국 주변에 성벽을 쌓을 수 없다”며 강력한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가톨릭교회와 미국 정부, 이들이 날을 세워 대립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관련 자료와 기사들을 종합하여 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본다.
# 미국의 불법 이민자 문제, 심각한 수준
– 미국 사상 최고 수준 불법 이민자 수 기록
– 수용 능력 초과로 통제 불가, 인신매매, 마약 등 범죄 속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급증했다. 2023년 말 기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의 수는 월 20만 명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미국 내 이민자 수는 4,78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 인구의 14.3%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중 불법 이민자 수는 1,1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전쟁이나 박해, 자연재해로 불가피하게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난민’과 다르다. 난민의 경우 불법 입국했더라도 해당국은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낼 수 없지만, ‘자발적으로’ 조국을 떠난 이민자들은 도착한 국가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불법 이민자가 돼 강제 추방될 수 있다. 그런데 이민의 폭증으로 미국에서 수용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복잡한 서류 심사와 비용,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대기 기간을 무시하고 불법 체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의 이민자 관리는 통제 불능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불법 이민을 이용해 카르텔과 연계된 조직이 인신매매 및 마약 유통을 주도하는 범죄 사례들이 속출하며 미국은 심각한 범죄 위기에도 직면하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매년 60만~80만 명이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다. 또 이민자를 국경으로 밀입국시키는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여성과 미성년자를 성 착취하는 경우가 많고, 수용소 내에서 일부 이민자들이 수용소 직원 또는 다른 이민자들에 의해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서도 공개되었다.
2023년 미국에서는 마약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가 110,000명 이상 발생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멕시코 국경에서 밀수된 것이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이주민들의 마약 관련 범죄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만 연평균 2,000건이 넘었다. 멕시코 카르텔은 불법 이민자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형국에,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 단속에 대대적으로 칼을 빼들 것을 예고하였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이민을 지지하고 돕는 거대한 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 불법 이민을 돕는 가톨릭 자선 단체들
– 불법 이민자 무분별 수용, 은신처 제공
– 이민법 회피 노하우, 미국 정착법 정보 교육
텍사스주는 이민자들의 성지라 불린다.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형성된 자연 국경이라 강을 건너기만 하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자료2> 텍사스의 도시 중 하나인 이글패스에서는 매주 3천~4천 명의 외국인이 국경을 넘는다. 텍사스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은 이런 불법 월경(越境)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가톨릭 자선 단체들을 퇴출하고 폐쇄할 것을 선언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했길래 퇴출하려는 것일까?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멕시코로 들어와 미국에 도착하기까지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음식과 물, 기저귀, 옷, 머물 장소 등이다. 자선 단체들은 그들을 돌보고, 비용을 부담하고, 장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에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적법한 절차를 지키며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이민을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무분별하게 그들을 받아들여 이주민을 과도하게 양산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선이라는 간판을 내건 단체가 수많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작년 2월 텍사스주 법무부장관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텍사스 엘파소의 가톨릭 자선 단체 ‘수태고지의 집’이 ‘불법 입국 조장, 외국인 밀입국, 인신 밀수, 은신처 운영’ 등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법무장관 팩스턴은 조사를 위해 해당 단체에 관련 기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수태고지의 집은 단 한 건의 문서도 제출하지 않았고, 오히려 법무부 장관의 문서 확보 권한을 금지시키려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시작되자 전국의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수태고지의 집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를 열기도 했다.
텍사스 법무부는 수태고지의 집 외에 또 다른 가톨릭 자선 단체 리오그란데밸리(이하 RGV 자선 단체)에도 기록을 요청하였다. RGV 자선 단체는 외국인에게 무분별하게 쉼터를 제공하는 임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민 문제 전문 취재 기자 토드 벤스만과 마이클 욘은 RGV 자선 단체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행렬을 취재했는데,<자료3> 버스에는 이주민들이 가득 타고 있었고, RGV 자선 단체 건물로 들어가 간단하게 입국 처리 과정을 거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갔다. 이 버스는 하루 종일 이주민들을 내려다 주었다. 예전에는 이 과정이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도록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공화당 하원의원 랜스 구든은 직접 샌디에이고 남부 국경에 가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들을 확인했다. 랜스 구든에 의하면 이 단체들은 4군데의 폐업한 호텔 건물을 이용하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면 불법 이민자들이 내렸고,
<자료4> 이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어떤 소포를 받았는데, 그 소포에는 공항에 가는 방법, 신분증 없이 TSA(교통안전청)를 통과하는 방법, 자녀를 학교에 등록하고 원하는 지역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고 한다. 랜스 구든은 이는 명백히 불법 이민을 조장하는 것이며, 이런 것을 퍼뜨리는 가장 큰 단체는 가톨릭 자선 단체라고 얘기했다.
심지어 밀워키 대교구 난민 및 이민 서비스 프로그램의 가톨릭 자선 단체는 불법 체류 이민자들에게 미국 이민법을 회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동영상을 제작 및 공개해 논란이 되었다.
<자료5> 배포한 영상에서는 이민 전문 변호사를 내세워 조사 당국의 단속 조치를 피할 수 있는 단계적 지침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당황하지 말고 도망치지 마십시오. 무서워서 떠나고 싶다면 침착하게 출구로 걸어 나가십시오”같은 조언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심문을 받을 때 ‘비협조와 침묵’으로 일관하라는 것이었다. 출생지, 입국 경로 등을 물으면 대답을 거부하고,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는 등 당국의 조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텍사스 법무부는 이들의 행위가 범죄 행위임을 지적했다. 미국의 이민 및 국적법상 중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입국 항구를 제외한 기타 장소에서 불법 체류자를 미국으로 이송하는 행위”, “불법 체류자의 신분 위반을 조장할 목적으로 미국 내에서 이를 운송하는 행위”, “불법 체류자를 은닉하거나 은신처를 제공하는 행위, 또는 탐지를 회피하도록 보호하는 행위”, “불법 체류자가 미국에 입국하거나 체류하도록 권유 또는 유도하는 행위”. 이것은 전부 가톨릭 자선 단체들이 행하고 있는 활동들이다.
가톨릭교회의 범죄 스캔들 은폐를 고발하는 한 단체는 뉴스 보도와 인터뷰들을 종합하여 “가톨릭교회가 세금을 이용하여 불법 이민 촉진, 인신매매, 마약밀수, 테러활동 등 범죄 카르텔과 공모하여 미국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 ‘가톨릭 카르텔’을 인터넷에 게시하였는데, ‘가톨릭 카르텔’에서도 위와 같은 위법 사항을 소개하며 법 집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리고는 “이제 주 정부는 불법 이민자의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법안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을 포함한 비평가들이 가톨릭 자선 단체들을 비판하는 이유는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것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를 통해 인신매매와 마약 카르텔을 부유하게 하기 때문이다. 불법 이민과 범죄 카르텔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