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평등이란 무엇인가?

김인회 교육학 박사/한양대 초빙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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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교육학 박사/한양대 초빙교수

눈이 몹시 나빴고 키마저 작았던 탓에 초등학교에 입학 하면서부터 나는 줄곧 맨 앞줄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좌석배치는 평등한 교육경쟁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일 수도 있었다. 어느 해엔가는 내 자리가 교실 구석 쪽으로 결정된 적이 있었다. 학교 참관일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우리 어머니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내 눈 나쁜 것을 감안해서 좌석을 옮겨 달라고 부탁하셨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나 그때 담임선생님은 한 달 여나 지나서야 학급 전체의 좌석을 재배치하면서 내 자리를 옮겨 주셨다. 어쩌면 그 선생님의 처사가 평등 원칙에 더 가까운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교실 안에서 좌석의 위치가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인 한, 눈 나쁜 아이라고 해서 학습조건이 가장 좋은 좌석에만 계속 앉게 하는 것은 정상 시력을 지닌 다른 학생들을 역차별 하는 불평등 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교실 안의 다양한 물리적 조건들(밝기, 넓이, 칠판의 색, 분필의 질 등)이 정상 시력을 지니지 못한 소수 학생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학습조건일 경우에는 시력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좌석배치는 불평등한 처사, 곧 약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자면 학교교육에서 학습효과와 학업성취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들은 시력 말고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할 수 있다. 키가 작은가 큰가, 힘이 센가 약한가에 따라 체육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타고난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또 어떤가. 가정의 조건과 환경, 부모의 관심, 자기 자신의 외모나 인격에 대한 자부심 또는 열등감, 학교와 집 사이의 거리나 통학조건 등등 학생 각자의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태어난 이후의 환경적 조건이 제각기 다른 것이 사실인 한, 아무리 획일적으로 평등의 기준을 적용하려 해도 모든 학생에게 평등할 수가 없는 것이 교육 현장의 조건이다.

교육 현장에서 제도적 환경적 조건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을 실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고 미신이다. 꼭 같은 환경 조건이라도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른 의미의 환경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환경이 어떠하냐의 문제 이전에 개체의 차이가 곧 환경의 차이를 의미한다고 하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할 경우에만 교육에서의 제도적 평등의 원칙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교육에서 평등의 원칙이 지켜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집단주의적 교육관, 즉, 평등의 획일적 기준 설정이 가능하리라는 따위의 미신적 환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다음으로, 학생 개개인 나름의 특징과 개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찾아낼 것인가, 각자의 특징과 개성들을 유리하게 키울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관,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간중심적 교육관 수립이 선행 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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