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경제 민주화
김승일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한국 경제는 한동안 정부가 주도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대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한강의 기적과 세계적인 무역강국을 이루었다. 이 같은 정책은 소외되었던 근로자, 중소기업들의 권리를 다시 복원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으로의 대전환의 필요성을 가져왔다. 그러나 、80년대의 정권 변동 등으로 이러한 정책 전환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후유증이 、90년대의 외환위기였고 100조 원이 훨씬 넘는 국민의 돈이 ‘공적자금’으로 부실 금융기관과 대기업 구제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대기업집단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외쳐댔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간섭하지 말고 그냥 놔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사적으로 정부가 기업활동을 자유방임하여 완전히 시장에만 맡겨 논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국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의 발전과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노력이 병행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특정 산업에 독과점업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를 막으려고 일명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이 등장하였다. 19세기말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석유 공급을 독점하고 나이트(E. C. Knight) 회사 등이 합병으로 설탕시장을 독점하려고 했을 때 미국 정부는 합병 금지와 벌금, 불공정행위자의 신체 구금 등으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확립하였다. 미국이 20세기 세계 정치와 경제를 리드하였고 아직도 기회 균등과 공정한 경쟁질서에서 선도적인 것은 이 같은 역사 때문이다.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간섭에서 벗어나 시장 자유를 주장하려면 공정한 경쟁질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10대 기업집단 매출액이 국가 전체 기업 매출액의 40%가 넘지만 고용 비중은 전체 고용의 10%도 안 된다. 근로자의 40% 이상은 9인 이하 소규모 기업, 영세 사업장에 근무한다.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는 불과 4-5%의 지분으로 수십 개 혹은 백여 개 이상의 계열사를 지배한다. 전자, 자동차, 통신서비스, 식품, 유통, 운송, 건설, 레저 등 거의 전 산업 분야가 소수의 기업집단 지배하에 있다. 정말 심각한 것은 계열사간 부당 지원으로 벤처 기업가, 숙련과 기술로 창업한 다수 기업의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부가 총수 자녀에게로 빠져 나간다. 대기업 간의 담합, 하도급 기업 등 거래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도 심각하다.
공정한 시장을 위해 올바른 대안이 제시되고 적극적인 추진이 따라야 한다.
첫째, 경제 민주화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자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기업의 창조와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바탕이다.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키자는 것이지, 성장을 도외시하고 분배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계열사간 부당 거래를 통해 시장을 불공정하게 만드는 불법행위들을 강력히 규제하여야 한다. 이 부분을 개혁하면 공정 경제는 상당 부분 실현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셋째, 기회 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불공정행위는 형사 처벌, 손해배상 등으로 강력히 다스려야 한다.
기업과 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시장과 경쟁질서는 결국 우리들이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