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좌파 그리고 색깔론

김근식 /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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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통합진보당 사태의 발단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의 부정 의혹이었는데 지금 비판의 중심에는 종북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을 추종하고 따르는 세력이 대한민국 국회에 진입하고 제3정당이 되었다며 보수진영은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충분히 일리있는 것이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조건에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제도권 정당이 종북 노선에 빠져 있다면 일단 우려스러운 게 맞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북한을 대안적 모델로 간주하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친북주의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체제위협적인 게 맞다. 북한의 인권실상을 믿지 않으려 하고 독재체제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려 하고 북한의 핵무기를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으로 간주한다면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라 국정을 관여하는 정치권이라면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따라서 지금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거나 침묵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당사자가 진정성 있게 입장을 밝히는 게 정치적으로 맞다. 우리에게 친북은 옳지도 않고 아직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진보당 스스로 자초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례대표 후보선출을 위한 당원선거에 부정이 있었음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지도부와 당사자가 깨끗하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될 일이었다. 목표와 동기가 정당하니 수단과 절차는 부차적이라는 목적 편의주의, 나만 잘못한 게 아니라 비판자들은 더 나쁜 짓을 했다는 상대적 우월주의,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혀 진보진영 죽이기를 돕고 있다는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결국 당권파는 초기 대응부터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종북 논란으로 인해 진보진영 전체가 색깔론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NL’ 성향의 진보진영이 북한노선을 추종하는 종북과 동일시되고 있다. NL로 표현되는 문제의식은 1980년대 대한민국의 변혁을 위해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다.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을 핵심적 목표로 주장하면서 실제 우리 사회는 보다 대등한 한미관계와 보다 진전된 남북관계로 발전했다. 탈냉전 이후 한미관계의 변화와 재조정이 화해협력의 남북관계와 맞물리면서 NL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지금도 한미동맹 일변도가 아닌 동북아 균형외교를 강조하고 남북의 적대적 대결 대신 대북포용정책을 우선시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정당한 입장이다. 따라서 종북 논란과는 별개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고민하는 NL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진보당 사태와 종북 논란은 진보와 보수 모두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진보당 내 종북 논란에 싸여있는 인사와 진영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종북을 비판하고 있는 보수 진영 역시도 대선을 앞둔 색깔 공세와 매카시즘으로 확대시키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합리적 다수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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