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현상’과 불신사회의 비용

백승대 /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79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백승대 /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세계경제위기와 맞물려 국내 경제 상황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인터넷 공간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나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부르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검찰에서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모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볼 수 있겠으나 필자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신뢰 문제로 접근하고 싶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신뢰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저신뢰사회에 속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일치된 입장이다. 사회적 신뢰를 사회 자본(social capital)으로 보는 학자들은 사회적 신뢰가 낮은 사회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미네르바 현상’은 우리 사회의 낮은 사회적 신뢰 때문에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 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사실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여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었다면 ‘미네르바 현상’은 나타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나는 경제현실이 정부가 이야기한 것과 번번이 빗나가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미네르바의 주장이 일부 현실로 나타나자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검찰이 그를 구속한 사유가 정당한지는 법원에서 가려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가슴 아픈 것은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민주정치는 곧 여론정치라고 할 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올바른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올바르고 정확한 여론이 형성되기 힘들다.

이와 함께 우리는 여론 형성과 정보 유통에서 인터넷 공간의 영향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이 여론 형성과 정보 유통에 독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상실할 수 있는 언동은 곧 사회적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익명성의 보장이 올바른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에 장애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법적인 해결이 아니라 인터넷 공간이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의 참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미네르바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사회지도층들이 진정성을 갖고 자기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사회구성원들과 제대로 소통할 때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는 성숙된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