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한 정책 결정

제성호 /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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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공식 발표 이후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확대재생산해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북한도 이에 가세하여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야당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뜨겁다.

8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고심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 내린 결정임에도 갈등이 멈추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단에 대해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사회적 갈등도 증폭되고 있는 데 대한 섭섭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국익은 국가가 현재 추구하거나 또는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로 개인의 이익(私益)을 뛰어 넘는 공동체의 이익을 말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외교,안보 사안은 대체로 국익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안보’는 최고의 국익이자 일반 시민들이 떠맡을 수 없는 공공재임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국익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결정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고, 또 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화 시대에 있어서 아무리 좋은 정책결정이라도 일방통행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다. 게다가 님비(NIMBY), 곧 “내 집 뒤뜰에는 안 돼”라는 지역이기주의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우리는 이미 밀양 송전탑, 방폐장 건설 등의 이슈에서 이 같은 현실을 잘 목도한 바 있다.

오늘날 아무리 국익과 관련된 중요 정책결정이라 할지라도 효율성 못지않게 절차적 민주성, 투명성, 지역주민의 지지가 중요해졌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예기치 않은 혹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확실히 아쉬운 대목이 있다. 사전에 핵심 정책결정자들이 ‘듣는 리더쉽’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청문회나 설명회 등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민주적인 절차도 미흡했다. 특히 국방부와 지역주민 간의 쌍방향 소통이 부족했다. 선제적인 설명과 설득을 통해 오해와 불신을 차단하지도 못하였다.

이제 와서 그렇다고 책임 있는 정부가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사드는 작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최대 위협요인인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임이 분명하고, 현재로서는 성주만큼 좋은 대상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 강화를 통해 사드의 성주 배치 이유를 설명하고,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전자파 괴담 등 각종 의혹을 사실에 근거해 불식시키는 한편,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결정 과정과 갑작스러운 발표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국익을 위해 한 방향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론결집과 관련해서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이 긴요하다. 정부는 지역주민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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