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조화

정상봉 / 건국대 교수, 동양철학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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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봉 / 건국대 교수, 동양철학박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집단이나 국가들은 서로 다른 이해와 주장 속에 살게 마련이다. 모든 갈등은  서로 다르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반드시 대립과 갈등, 그리고 충돌을 수반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과 관점 또는 이념이 나와 같을 경우엔 상대가 옳다고 하고, 나와 다르면 상대가 틀렸다고 판단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하는 것을 시비선악(是非善惡)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면 은연중에 때로는 공공연히 상대에게, 옳고 선한 편에 서 있는 나의 생각과 관점 또는 이념과 같아질 것을 바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상대도 또한 자신과는 다른 나를 틀리고 악하다고 규정하고 자신과 같아지기를 바라거나 요구할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양자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당연히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구조적 악순환의 근본 고리를 풀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조화를 논한 동양의 고전을 한번 살펴보자. 『좌전』의 소공20년 조를 보면, 화(和)와 동(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조화는 음식을 만들 때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이 각각의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음식의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고 음악을 지을 때 궁, 상, 각, 치, 우 다섯 음이 각각 제 음가를 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가락을 내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만약 조화를 동일함으로 이해하여 하나의 맛으로 통일하거나 하나의 음으로 통일한다면 음식의 맛도 가락의 아름다움도 얘기할 것이 없게 된다.

『논어』 <자로>편에도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동일함을 꾀하지 않고, 소인은 동일함을 꾀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공자의 말씀이 적혀 있다. 다시 말해 남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여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군자라면, 다르다는 것을 인정치 않다 보니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자신과 같아질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람은 소인이다. 이처럼 『좌전』과 『논어』에 나타난 조화의 의미는 개별적 차이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실 다르다는 것, 즉 차이(差異)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 여하한 잣대를 적용할 지라도 개별적 존재부터 공동체 집단,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차이가 난다고 하여 바로 차별을 두고자 한다면 너도나도 자기가 우위를 점하는 기준에 입각하여 상대를 규정하고 폄하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남는 것은 대립과 갈등, 그리고 충돌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다함께 노력해야 할 점은 우선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차별적 시각을 버리고 그 다음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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