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3조 원 부채 공화국

김중관 /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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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관 /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폭탄의 뇌관이 타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조여오는 상황에서 안전핀이 빠진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정부, 기업, 가계 등 3대 경제주체의 금융부채가 사상최대인 3283조 원에 달하고, 상환 능력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37배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를 기록하여 부채상환 능력이 절망적이다. 우리나라가 견디어 낼 수 있는 부채의 한도는 계산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이미 그 한도에 도달했다고 느끼고 있다. 이정부에 들어와서 881조 6천억 원(36.7%)이 급증했고, 공공 및 개인부문 부채상환 능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 증가분이 306조 5천억 원(65.9%)이다. 공공부문의 부채가 남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공공부채의 현실은 각 지자체장, 각 기관장들의 만성적인 사기행정과 더불어 금융부채관리 시스템이 작동불능 상황이다. 특히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전략이 부족했던 정권초기의 밀어붙이기식 4대강 사업 등 공공정책 수행과정에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현재의 위기는 국가경영을 공급우위의 낡은 이론을 통한 정치적 의지에만 맹신하고, 정부와 국민간 지속적인 신뢰의 붕괴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금융부채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고환율 정책,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수요창출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개혁을 추진할 정치철학, 재정건전화와 경기안정을 이루는 정책이 없었고,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통치권의 무지와 더불어 비리와 위선이 앞서는 공직사회의 도덕성 추락에서 비롯되었다.

가계부채도 876조 원으로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55.4%로 최악의 상황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다면 금융 시스템 안정성은 기대할 수 없다. 가계의 파산은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고, 은행이 담보로 맡은 주택이 부실화되고 금융 시스템을 파괴하면서 한국경제를 붕괴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가계 및 공공 부문의 부채 폭증이 심리적 공항으로 이어진다면, 그 어떤 해법도 기대할 수 없다.

유일한 해법은 재정건전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다. 위험의 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의 회복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식에 기초한 근본적인 개혁과 다음 정권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재정건전화에서 중요한 것은 달성여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이며, 시장의 신뢰는 국민의 믿음에서 출발한다.

현재로서는 통화량 증대가 일시적 처방이지만, 미래에 대한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국가적 비젼이 제시된다면 인플레이션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량 증대에도 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진실이 통하는 사회, 실력을 통해 자기실현이 가능한 사회, 원칙과 질서가 바로 선 사회, 이러한 사회적 신뢰를 통해서 비용과 장벽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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