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 어떻게 불까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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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안철수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때쯤 되면 부는 ‘계절풍’일까. 아니면 갑자기 발생한 ‘태풍’일까. 안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껴안으니 그의 지지율이 갑자기 올라갔다. 그가 정당정치를 비난하니 정당들이 창백해졌다. ‘안철수 바람’이 불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존재감이 엷어졌다. 가뜩이나 없어졌던 존재감이 더 없어지게 된 것이다.

‘안철수 바람’의 화두는 무엇일까. “변해야 한다” “모든 게 변해야 한다”, 분명 그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변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정치에는 고치고 달라져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정당의 행태를 보라.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영락없이 ‘부자 몸 사리기’를 하는 정당이다. 그 거대한 의석을 가지고서도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민주당 따라하기’다. 복지 포퓰리즘도 나름대로의 대안이 없고 민주당을 따라한다고 하더니 이번 서울시 시장 선거도 민주당 따라하기에 바쁘다. 나름대로의 당당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범여권후보를 세우겠다는 식의 어쩡쩡한 접근방식은 무엇인가. 왜 거대정당이 이처럼 비겁하고 소심해졌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야당은 어떤가. 무조건 반대다. 정부와 여당이 하겠다고 하는 것은 덮어놓고 반대한다. 천안함의 진실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고, 한미 FTA도 못하겠다고 한다. 북한인권법도 결사반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엄마 개구리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했던 ‘청개구리’가 생각난다. 대안이 없으면 미래가 없는 법인데, 그래가지고 어떻게 대권을 넘볼 수 있나.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4년 내내 ‘중도실용’을 외쳐왔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이념이 갔다”고 선언하면 간 것인가. “장마가 끝났다”고 기상청이 아무리 선언해도 장마가 끝난 다음에 갑작스럽게 호우가 내리는 경우는 많다. 그래서 그걸 잘못 믿고 있다가 재해를 입은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인터넷에는 친북·종북에 관한 담론들이 3년 사이에 무려 44배나 폭증했는데, 어떻게 “이념의 시대가 갔다”고 할 수 있나. 다른 나라에선 이념의 시대가 갔는지 몰라도, 우리 대한민국은 아니다. ‘친북·종북’이라는 게 무엇인가. 노예처럼 일개 독재자를 보고 “주인님, 주인님” 하면서 비굴하게 사는 삶을 찬양하는 저급한 이념이 아닌가. 이런 저급한 생각들이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데, 이념의 시대는 갔다며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정부가 한심하다.

이제 이런 것들은 가야 한다. 이런 것들은 없어져야 할 ‘껍데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해서는 안 될 것, 달라져서는 안 될 게 있다.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이고 우리가 애써 불모지에서 키운 자유와 번영의 공화정신이다. 이것조차 잘못되었다고 바꾸자고 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의 주장은 유방암 수술을 한다면서 아픈 곳은 내버려두고 성한 곳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가끔 의료사고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 공동체에선 그런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바꿀 것은 바꾸되 아무거나 바꾸자고 해서는 안된다. 정치의 나쁜 껍데기는 도려내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보존해야 한다. 아기가 목욕한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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