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의 음악당

이효성 (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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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나절, 뭉게구름이 산허리를 감돌고 있었어요. 피서를 하러 온 가족이 텐트를 쳤어요.
“엄마, 우리 전 산골짝에 반쯤 올라갔다 와도 되죠?”
천만이가 허락을 받았어요. 두 살 터울의 동생과 함께 빤히 보이는 데까지 올라가기로 했어요.
형제는 반바지에 러닝 샤쓰 차림으로 흰 모자를 쓰고 나섰어요. 한쪽 발목에는 백반을 비닐로 싸서 고무줄로 맨 것을 아빠가 각각 채워 주었는데, 그러면 냄새가 고약해서 뱀이 물지 못하고 피해 달아나지요.

“형, 나는 새알도 줍고 가재도 잡고, 매미도 잡을 테야.”
천수가 우쭐거렸어요.
바로 그 때, 산길의 잔솔나무 숲 속에서 ‘꿩꿩꿩’ 소리치며 장끼가 날았어요.
“형, 수꿩 장끼가 날아간 근처에는 암꿩 까투리가 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책에서 읽었어.”
형제는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다가 가시나무에 걸렸어요.
“형, 가시나무가 ‘가시오’ 해. 안 가면 찔러버린대.”
“그냥 가자.”

되돌아 나온 형제는 다시 산길을 올라가다가 도랑으로 들어섰어요.
천수는 물 속에 손을 넣다가 기겁을 했어요. 엄청나게 큰 가재가 두 앞발을 쳐들지 뭐예요.
“형, 가재가 까불지 말래. 까불면 저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 버린대.”
“그냥 가자.”
“쉿, 저 도토리 나무에 매미……”
“손이 닿겠다.”
하지만, 천만이가 손바닥을 갖다 대자 ‘찌익’ 하고 날아가 버렸지요.
“형, 매미 잡으려고 하다가 오줌 벼락만 맞겠다.”
“그냥 가자.”

형제는 조금 더 올라가다가 ‘솨아’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골짝에 패인 웅덩이에서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흘러 내렸어요.
“와아, 폭포다.”

형제는 그곳으로 가서 옷 입은 채로 미역을 감았어요.
그 때, 산 속의 침입자를 경계라도 하듯이 조용하더니 마음이 놓였는지 매미들의 합창이 시작되었어요. 뻐꾸기 울음소리도 메아리치고요.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가 여기에 어우러져서 마치 음악당 같았어요.

“형, 사람들이 산에 사는 거 너도나도 다 잡아가면 이렇게 신나는 소리 못 들을 거야. 그렇지?”
“그러면 벙어리 산이 되지. 하나라도 없어지면 안 되니까, 가시나무가 ‘가시오’ 하고, 가재가 ‘까불지 마’ 하고 가위발을 쳐드는 거야.”

형제는 여름 산이 선사하는 음악을 들어가며 신나게 물장구를 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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