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글 이효성(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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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인지 피리 소리가 들려왔어요. 한여름 밤에, 식이는 엄마와 아빠 모르게 텐트 밖으로 나왔어요.
“필릴리 릴리…… .”
그 소리는 가까운 언덕의 숲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누가 이 밤중에 피리를 불지?’
식이는 궁금했어요. 그 소리를 따라 숲 속으로 가보니, 제 또래 사내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요. 식이가 가까이 가자, 피리 소리가 뚝 끊겼지요.
“너구나?”
그 아이가 먼저 식이를 알아보았어요.
“너, 나 아니?”
“낮에 피서하러 와서 자동차에서 내리는 거 봤어. 무슨 악기를 들었더라? 무슨 악기니?”
“응, 바이올린. 나, 학원에 다니며 바이올린 배워.”
“넌 참 좋겠다.”
“그런데, 너는 무슨 악기로 소리를 내니?”
식이는 그 아이 옆으로 가서 앉으며 물었어요.
“나는 악기 없어. 이거…… .”
그 아이의 손바닥에는 풀잎 한 개가 놓여져 있었어요.
“그걸로 소리를 내?”
“응.”
식이는 깜짝 놀랐어요. 풀잎피리에 대해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 재주를 가지고 왜 한밤중에 여기에 혼자 숨어서 부니? 낮에 여러 사람 앞에서 불면 박수 많이 받을 텐데 말야.”
“소리를 내가 내는 게 아니니까.”
“네가 불어서 냈잖아?”
“내가 불지 않아도 풀잎은 소리를 내.”
“어떻게?”
“바람을 타고…… . 그 소리가 내가 내는 소리보다 훨씬 더 좋아.”
그 아이는 다시 풀잎피리를 불다가 말했어요.
“이 풀잎은 제가 소리를 내면서도 제가 낸다고 하지 않아. 제 뿌리가 낸대. 그래서 내가 땅을 파고 뿌리에게 물어봤지. 그랬더니, 뿌리도 제가 내는 소리가 아니래.”
“그럼 누가 내?”
“흙이 낸대. 원래는 흙이 물을 대어주면서 소리를 내게 해 주는 거래. 그런데, 내가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주제넘게 부니?”
“그럼 너는 이 밤중에 몰래 숨어서 누가 들으라고 풀잎피리를 불어? 이 곳에 온 피서객들이 들으라고?”
“아아니!”
“그럼?”
별들이 들으라고 부는 거랍니다. 아! 그래서,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반짝 소곤소곤 황홀하게 빛나는 거라고 식이는 생각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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