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구나무와 참새들과

이효성 (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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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서울 변두리의 어느 마을 어귀에, 커다란 둥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이 둥구나무는 그늘도 둥그렇습니다.
 
엄마 참새와 아기 참새가 아침 나절에 둥구나무 속으로 날아들어서 짹짹말로 짹짹거렸어요.
 
“엄마, 이 나무는 잎이 촘촘이 들이박혀 그늘도 짙어요.”
 
“그늘이 짙을수록 한결 시원하지.”
 
할머니들이 손자나 손녀를 안거나, 업거나, 또는 유모차에 태워서 하나 둘 둥구나무 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할머니들은 야외용 은박 돗자리를 땅바닥에 널따랗게 이어서 펴고 둥그런 그늘에 둥그렇게 둘러앉았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아기들이 아장아장 걸음마 공부를 하는 거예요. 할머니들의 ‘아이구 잘한다, 아이구 잘한다’는 응원도 뒤따르고 손뼉치는 소리도 신바람 났습니다.
 
아기 참새가 엄마 참새에게 소곤거렸어요.
 
“엄마, 우리가 이른 아침마다 잠 깨워 주는 아기들이 많이 모였네요.”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가 사는 대밭집의 꾸러기 아기는 왜 안 올까? 아직도 늦잠을 자나?”
 
“가봐요! 늦잠을 자면 가서 깨워야죠.”
 
“내버려두자. 누구든지 고단하게 늦게 자면 늦잠을 자게 마련이니까. 누구는 뭐 꾸러기가 되고 싶어서 되겠니?”
 
“그래도 궁금해요. 엄마, 저 혼자 가보고 올께요.”
 
아기 참새는 대밭으로 훨훨 날아가서 그 집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꾸러기가 보이지 않았어요.
 
‘웬일일까?’
 
다시 둥구나무로 날아온 아기 참새가 엄마 참새에게 말했어요.
 
“없어요, 꾸러기 아기가요.”
 
“무슨 일이 있나?”
 
그 때 택시 한 대가 포장된 마을길로 미끄러져 들어왔습니다. 택시는 둥구나무 앞에서 얌전히 멎었습니다.
 
“아, 꾸러기 아기와 엄마가 내려요!”
 
아기의 손목을 잡고 온 엄마가 할머니들에게 인사를 했어요.
 
“엄마, 꾸러기 아기의 코에 하얀 것이 조그맣게 붙었어요.”
 
“반창고야. 병원에 갔다 왔구나.”
 
꾸러기 아기는 손으로 반창고를 떼어버리고, 빨간코가 되어 아기들과 마구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깔깔거리면서요.
 
아기 참새가 꾸러기에게 소리쳤어요.
 
“고꾸라지면 두 손을 얼른 짚어야 코방아를 찧지 않지!”
 
둥구나무는 가지에서 졸고 있던 바람을 모조리 일깨워 솨솨솨 아기들에게 마냥 떨구었어요.
 
어느 바람이든 지나가면서 꾸러기 아기의 빨간코를 싹싹 핥아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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