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주의의 미래
홍순영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지난 1월말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대회기간 내내 자본주의 위기논쟁으로 뜨거웠다.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철 지난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를 위기로 내몰았다”며 “새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전도사로 불리는 슈밥 회장이 이 같이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지금의 자본주의는 심각한 결함이 있고, 위기상황에 있는 것인가?
필자는 다보스에서 논의된 1% 부유층과 99%의 분노층, 남유럽 재정위기, 경기침체, 청년실업 등의 문제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본다. 그 안에 있는 경제주체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포럼에서도 제기되었던 바와 같이 자본주의 자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다. 일부 경제주체들의 무절제와 탐욕이 경기과열, 재정파탄, 금융교란, 부의 집중, 격차심화 등을 초래하면서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여기에다 정책실패도 한 몫을 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복지정책이 한 원인이다.
따라서 오늘의 자본주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문제도 아니고, 자본주의 자체의 실패도 아니라 하겠다. 자본주의는 호황, 위기, 불황 등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특히 한국은 자본주의를 통해 반만년의 빈곤에서 벗어났음은 물론 개도국 중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오늘날 동유럽의 구 공산권 국가들과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경제체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의 성장과 번영을 보장해 줄 유일한 대안이라 보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경제학자들이 공감하여 왔던 바와 같이 자본주의가 인류 최선의 경제제도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금까지 발명한 제도들 중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줄 최적의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의 말대로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인 저성장, 저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함을 갖출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급증하고, 대·중소기업간 및 계층간·지역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여기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요체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다보스에서 제시된 문제 해결의 궁극적 열쇠인 지속 가능한 성장의 주체도 기업이다. 특히 불균형, 양극화, 청년실업 등의 사회경제적인 문제의 해결은 중소기업의 창업 활성화와 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육성에 혼신을 다하며, 대·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고도성장기처럼 경제주체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하면서 자율적으로 공생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밝다. 우리는 숱한 고난과 위기를 딛고 오늘의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한국경제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균형 있고 풍요로운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