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복지 포퓰리즘 부추기지 말라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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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선거의 계절이기는 하나, 정치의 힘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정부나 여당은 그래도 잘한 것이 많다며 자신의 공로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선전한다. 당연히 이를 맞받아치는 것이 야당이다.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된 것에 대해 ‘총체적으로’ 비난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 야당은 “정치가 잘못되어 개인의 삶은 물론, 모든 것이 피폐해졌다”고 주장한다.

여야정치인들이 정치의 성격에 대해 끊임없이 벌이는, 이른바 ‘아전인수’식 공방이야말로 개인의 길흉사에 관한 모든 사안들이 정치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확산시키는데 결과적으로 결탁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들의 과잉수사(修辭)와 요란한 자기선전이야말로 행·불행을 막론하고 모든 운명을 만들어내는 ‘운명의 신’으로 정치를 바라보도록 만든 요인이다. 더욱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개인 자율의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들고 정치의 영역은 더욱 더 넓어지고 있다. 원래 정치는 작을수록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어느새 공룡처럼 커지니 징그러워지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선거가 다가오니 정치인들이 우리나라를 단순한 ‘지상의 왕국’이 아니라 무릉도원과 같은 ‘천상의 왕국’으로 인도하겠다는 거대하고도 달콤한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게 될 때가 되었다. ‘그날이 오면’, 즉 ‘우리가 집권하는 날이 오게 되면’, 신혼부부들은 모두 반값아파트를 서울의 강남에서 얻게 되고 병이 든 환자들은 무료로 진료와 치료를 받게 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의 총각들은 도시의 예쁜 신부를 맞게 되고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게 된다는 식의 사탕발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루소는 영국의 선거민주주의를 빗대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영국 사람들은 4년에 한번 투표할 때는 왕이 되지만, 그 다음 4년간은 노예로 지낸다”고. 우리는 어떤가.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지는 날 ‘천국’에서 살게 된다. 정말 그날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리고 나머지 5년 동안은 손가락을 빨거나 눈물 젖은 빵을 먹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터이다. 정직을 정치인의 덕목으로 삼는다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정치가 ‘돌’을 ‘빵’으로 변하게 하거나 ‘물’을 ‘술’로 변하게 하는 기적과 같은 것이 아님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말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빵’을 ‘돌’로 변하게 하고 ‘술’을 ‘물’로 변하게 한 적이 많았음을 실토하며 용서를 구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벼락부자로 만드는 기적을 행할 수 없다는 사실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한다. 정치인 가운데 누가 있어 옛날에 바다를 가른 모세의 기적을 행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정치인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우렁 각시’처럼 일터에서 돌아오면 공짜로 집안에 밥상을 차려줄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고, 또 공짜로 주지 않아도 좋으니 헛된 꿈만 꾸게 하지 말라.

정치인들은 ‘미다스왕’처럼 자신의 손에 닿으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기술을 가진 연금술사가 결코 아님을 자각하고 복지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유혹에서 벗어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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