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북 하나

신치현 집사/서대문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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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현 집사/서대문교회

이슬성신절 합주 연습하던 기억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

우연히 서울 전농동을 지나다가 문득 어릴 적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슬성신절을 몇 개월 앞두고 유년주일학교 합주를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저는 작은 북을 맡았고, 처음 하는 악기 연주에 마음이 무척 설레었습니다.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도 머릿 속은 온통 합주생각 뿐이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덧 학교 앞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가방에 넣어두었던 작은 북 채를 꺼냈더니 친구들이 금세 모여들었습니다. 고무줄놀이가 전부였던 교실에서 드럼스틱을 갖고 있던 제가 인기스타가 된 것입니다. 그럴 때는 내심 기분 좋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이슬성신절이 가까워졌고, 우리는 주말마다 전농동에 있는 서울 5중앙에 모여 합주연습에 매진했습니다. 저는 가장 좋아하는 곡인 ‘숲속의 대장간’을 연습할 때면 너무 신이 나서 연주하다가 앞서나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친구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고 저도 머쓱해하다가 이내 같이 웃었습니다. 즐겁게 친구들과 연습하다보니 이슬성신절 전날이 되었고, 우리는 버스에 악기를 싣고 신앙촌으로 향했습니다.

드디어 당일, 사회자가 이슬성신절 음악순서로 합주를 들려줄 서울 5중앙 유년주일학교 학생들을 소개했고 우리는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긴장이 되었지만 앞에서 환하게 웃어주시는 관장님을 보고 마음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연주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무사히 연주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길에 받았던 박수소리가 어렴풋이 귓가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어느덧 3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손에 채를 꼭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했던 작은 북의 기억은 제 가슴속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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