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의 정체는 무엇일까?

달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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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석에 보름달이 떠요!

지난 9월 21일(음력 8월 15일)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었습니다. 추석(秋夕)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으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추석에는 항상 크고 동그란 보름달을 볼 수 있는데요. 정확히는 추석에 보름달이 뜨는 게 아니라 보름달이 뜨는 날을 추석으로 정한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을 사용해왔습니다. 달의 모양은 약 29.5일의 주기로 바뀌는데요, 그 중간인 보름(15일)에 보름달이 뜹니다. 추석은 음력 8월의 보름으로, 추석의 순우리말인 ‘한가위’도 8월의 한 가운데(가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한가위 보름달이 예년보다 밝고 둥글수록 풍년이 들고, 가을 어장이 풍부해진다고 믿었습니다. 또 달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들이 산다는 전설도 믿었는데요. 보름달에는 항상 같은 무늬가 보이는데, 이게 방아 찧는 토끼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 음력 날짜에 따라 달의 모양이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 순으로 바뀌는 모습
(출처:www.maul.or.kr/isc_board/board/index.php?table=data01&mode=View&no=24)

#2. 달토끼의 정체는?

달에는 왜 토끼 모양의 무늬가 있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달의 지형 때문입니다. 달 표면에서 어둡게 보이는 부분은 ‘달의 바다’라 불리는데요. 달의 바다는 지대가 낮고 편평하며 어두운 현무암 재질의 지대로, 햇빛을 잘 반사시키지 못해 지구에서 어둡게 보입니다. 밝은 부분은 ‘달의 고원’이라 하며, 밝은 재질의 사장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대가 높아 햇빛이 비교적 잘 반사되어 지구에서 밝게 보입니다. 달토끼 무늬의 정체는 달의 낮고 어두운 지대인
‘달의 바다’였던 것입니다.

▲ 달의 바다 (출처: 위키미디어)

참고로 달에는 물이 없는데 ‘달의 바다’라고 불리는 이유는 셀레노그래피(selenography:달의 외형과 표면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학문)가 본격적으로 연구되던 17세기 당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비롯한 서양 천문학자들은 달에도 지구처럼 육지와 바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달빛은 사실 햇빛!

▲ 위치에 따른 달의 모양 변화 (출처: 에듀넷)

지구에서 보이는 ‘달빛’은 사실 ‘햇빛’입니다. 달에 부딪힌 햇빛이 반사된 것이 달빛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와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습니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며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지구로 반사시키는 빛의 양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달의 모양이 다르게 보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해서 달이 보이지 않게 되면 이를 ‘삭’이라하며 이날이 음력 초하루가 됩니다. 반대로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해서 달의 모습이 전부 보이게 되면 보름달로 보이는데요. 이 상태를 망이라고 합니다.

달의 모양이란 곧 ‘지구로 햇빛을 반사시킨 달의 면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달의 모양이 변한다.’는 표현보다는 ‘달이 보이는 면적이 변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4. 외국에선 달꽃게! 달두꺼비!

달의 특정한 무늬는 한 쪽 면에만 있을 텐데, 달이 지구 주위를 돌다보면 위치에 따라 무늬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달의 무늬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즉 언제나 달의 한쪽 면만 관측된다는 것인데요. 그 원인은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을 쉽게 얘기하면 달이 한쪽 면으로만 지구를 쳐다보며 주위를 한 바퀴 돈다는 것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달의 무늬는 세계 어디서나 똑같지만, 모든 나라에서 토끼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토끼를 보지만 미국에서는 책을 읽는 여인, 스페인에서는 귀여운 당나귀, 유럽에서는 집게발을 든 게, 아프리카와 페루에서는 움츠린 두꺼비를 본다고 하는데요. 같은 무늬라도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바쁘기만 한 현대의 일상 속에서, 한번 쯤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꼭 추석이 아니더라도 음력 15일 전후에 보름달을 관찰해 보세요. 토끼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나라별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달의 무늬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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