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아프간 봉사활동’

발행일 발행호수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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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아프간에 가서 ‘봉사활동’을 벌이려던 23명의 한국 교인들이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혀 국민을 걱정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하자 그들이 도대체 왜 아프간이라는 오지에 가서 이런 무모한 일을 자초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들은 과연 종교적 신념에서 생명을 내걸고 ‘전도’를 간 것인가? 아니면 철없고 주제넘은 위선적 행동을 벌인 것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기성교회에서 해외 구호활동을 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목사들은 매년 목표를 높여 잡고 봉사자들을 중국이나 중부 유럽, 남아시아 등 새로운 곳에 앞 다투어 보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에서 이런 ‘봉사자들’의 해외 파견이 특정 교회의 명성을 넓히고 신도들을 모으는 가장 빠른 길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의 기독교가 최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외 봉사활동이 이번 납치사건의 배경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위험한 지역에 무모하게 진출한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영국 BBC뉴스도 한국 교회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 아프간과 같은 위험지역에 간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하면서 “일부 대규모 교회의 목사들이 교회를 위해 뭔가 큰일을 하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경쟁 과열에 직면한 한국 교회가 새 시장(new market) 개척이 필요했으며 홍보 효과도 있고 결과적으로 명예와 돈을 가져다주는 해외 선교에 나서게 된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기성교회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해외 구호활동’은 영혼의 구원이라는 종교 본연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사진과 비디오 찍기에 더 신경 쓰는 ‘캠코더 선교’라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의 오지를 찾아가 가난에 찌든 어린이들에게 몇 조각의 빵과 쵸콜렛, 몇 권의 책과 의약품을 건네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려운 사람들을 이렇게 도와주고 있습니다.”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그 불쌍한 사람들의 구원은 고사하고, 그들의 일상생활에도 아무런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종교의 존재이유는 봉사가 아닌 ‘인간의 구원’에 있다. 봉사는 사회단체나 인권단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외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한국 교회는 그들이 상실하고 있는 ‘빛과 소금’의 생명력을 호도하기 위해 ‘해외 봉사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따가운 비판에 답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 위선적인 봉사가 순진한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고 가 비참하게 죽게 만든 것이라면 그것은 큰 범죄라 할 것이다.

우선은 인질로 잡힌 젊은이들의 안전한 귀국에 전력을 기울이되 이 사태가 결말이 난 다음에는 온 국가와 국민의 신경과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게 만든 책임자들과 한국 교회의 행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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