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가격 줄줄이 급등…“에너지 재앙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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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재앙’이 닥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규모가 큰 주요국이 속속 ‘위드(with)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며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정책, 중국의 ‘에너지 사재기’ 등이 맞물린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기미를 보이자 급락했던 주요 에너지 가격이 반등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이던 브렌트유 가격은 10월 4일(현지시간) 81.47달러까지 폭등했다. 같은 기간 석탄가격은 톤당 57.7달러에서 246달러로 300% 이상 급등했고, 천연가스도 100만 Btu(열량 단위)당 2.62달러에서 5.83달러로 2배 넘게 올랐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들이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발전 비중이 크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져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데도, 빠른 속도로 탄소중립을 밀어붙이다 보니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오히려 품귀 상태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중국의 사재기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석탄 수입국이던 호주와의 무역 분쟁으로 호주산 석탄의 수입길이 막혀 대규모 전력난에 직면했고, 이에 대체 연료인 천연가스 수입량을 급격히 늘렸다. 이에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인도의 전력난도 중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인도는 최근 수 개월간 중국과 유럽에서 석탄 수입량을 급격히 늘렸는데, 석탄 가격이 크게 오르자 수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위기가 가중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약 280%나 폭등했다. 치솟은 에너지 가격은 전 세계 물가 상승을 부추겨 심각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9년 만에 최고치인 4.1%를 기록했다.

포브스는 3일(현지시간) 올겨울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서유럽 에너지 위기의 원인이 풍력과 태양광 발전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수백 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와 가스 화력 발전소를 너무 일찍 폐쇄한 데 있었다고 했다.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에너지 대란을 예고하며 “이미 영국에서는 징후가 보인다”는 칼럼을 실었다. 영국은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42%나 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을 앞두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 세계가 탈탄소·친환경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채굴 감소로 품귀 상태인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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