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후 5년 만에 찾아온 바이러스…우리는 얼마나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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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명동거리를 걷는 외국인 관광객. 지난 7일, 23번 확진자가 다녀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오후 2시부터 임시휴업을 했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었음에도 정부와 관계 기관의 대응 수준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가 종식된 직후인 2016년 1월 14일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보고서를 발간했다.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를 감사한 결과는 메르스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사실이었다.

초기에 메르스 대응 지침을 잘못 제정하는 등 사전 대비에 소홀했고, 최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초동 대응이 부실했으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것이 감사 결과의 요지였다.

이런 참사의 재연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6개월 이상의 작업을 거쳐 방대한 ‘메르스 백서’를 내놨다. 백서에서 제시한 방안은 질병관리본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고, 역학조사관을 충원해야 하며 감염병 전문 병원을 지정·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침입자가 나타난 지금, 5년 전에 제시한 바이러스 대응 방안은 얼마나 현실화되었을까.

먼저 국가 방역의 사령탑인 질병관리본부 센터장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으로 임명되었을 뿐 아니라 감염병이나 백신 전문가가 담당해야 할 예방접종 분야 직책도 마찬가지였다. 또 신종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국립보건 연구원 원장 자리는 9개월째 공석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신종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미리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을 책임진 연구원의 수장이 아직도 충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방역망의 허점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실히 드러났다.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조치가 지체되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지역 사회를 돌아다니며 2차, 3차 감염을 일으킨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려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증상 감염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방역망에서 의심 환자를 걸러 내는 것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메르스라는 국가적인 재난을 겪고 난 후에도 관계 기관에서 제시한 방안들이 공허한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욱 강력한 감염병이 언제든지 우리 사회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미지의 바이러스는 약 150만개로 추산되고 있다.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4~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바이러스는 그보다 훨씬 더 빨리 진화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백신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관이 예방 대책을 세우고 신종 바이러스를 연구하며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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