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의 자

발행일 발행호수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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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나리는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예쁜 자를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나리는 길가의 돌 크기도 재보기도하고 교실의 칠판 같이 큰 것은 자를 연이어 대 보아 길이를 잴 수 있습니다. 나리는 길이를 재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나리의 자는 긴 줄이 20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20cm자입니다. 나리는 자기 손 뼘이 16cm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가로수 잎을 하나 따서 친구와 알아맞히기를 합니다.“애리야! 이 이파리 넓이가 얼마나 될 것 같애?”나리의 손바닥에 노랗게 단풍이 든 예쁜 은행잎의 크기가 궁금합니다. 잎을 잠시 들여다 본 애리는 “으~응, 5 센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리는 얼른 “나는 8센티! 그럼 재 볼께?” 나리는 잎을 애리에게 주고 가방 속에서 자를 꺼냅니다. 그리고 애리 손바닥 위에 있는 잎에 자를 대 봅니다.“자~봐. 8.5센티지? 내가 이겼지!” “와~! 너 정말 잘 맞힌다.” 애리는 감탄합니다. 나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우쭐하였습니다. 나리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 온 나리는 베란다의 여러 개 화분과 꽃 크기도 재 보고는 세면장으로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한 동안 조용합니다. 부엌에 계시던 엄마가 “나리야 지금 세면장에서 뭐하니?” “으응! 얼굴을 재고 있어요.” 나리는 거울 속에 있는 자기의 얼굴 길이를 재고 있습니다. 엄마는 나리가 무엇이든지 재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아시지만 웃음이 나옵니다. 세면장에서 나오는 나리의 불그레해진 얼굴을 보고
“나리야! 그렇게 재는 게 재미있어?”“그럼요! 친구들하고 길이 알아맞히기 하면 내가 제일 정확해요.”“그래~! 그럼 엄마 마음도 잴 수 있겠네?”“예~옛 ??!!…” 나리는 갑자기 벽에 머리를 부딪친 것처럼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리는 자기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천정을 쳐다봅니다.무심코 던진 말에 나리가 응답도 없이 자기 방에 들어가자 엄마는 반찬 하던 손을 놓고 나리 방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갑니다. 엄마는 누워있는 나리 옆에 앉아 “왜. 화났어?” 하며 나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 “엄마. 마음도 잴 수 있는 거예요?”“으응, 화 난건 아니구나! 글쎄, 마음을 잴 수는 없나? 나리는 잴 수 있을 것 같은데…”하시면서 말끝을 흐리고는 방을 나가십니다.
 
나리는 눈을 살며시 감다가 자를 들어 올려다봅니다.‘마음을 잴 수 있는 자?’ 자를 가슴에 대 봅니다. ‘와~! 너 정말 잘 맞힌다.’ 애리가 아까 한 말에 잘난 것처럼 우쭐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음을 재는 자가 있다면 내 마음 자는 애리 것보다 짧은 건가?’나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의 전화기 앞에 앉습니다. 그리곤 애리네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애리구나. 응. 나 나리야. 아까 길이 알아맞히기 해서 네가 ‘잘 맞힌다’고 할 때 ‘고맙다’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 때 서운하지 않았니? 지금이라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전화 했어. 고마워. 내일 만나.”
 
전화기를 놓고 나니 엄마가 “우리 공주님이 얼굴까지 재더니 친구 마음 재는 자가 생긴건가?” 하신다. 나리는 가방 속에 자를 넣으면서‘참! 하나님께서 마음을 조종하신다고 교회 관장님께서 그러셨는데…’
 
“엄마! 엄마 마음을 재려면 하나님께 엄마를 더 생각하는 마음의 자를 주시도록 기도 해야겠네요!”“그런가?” 엄마와 나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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