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전도관의 추억

발행일 발행호수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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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이어서> 한 이랑 두 이랑 가량 고춧대를 뽑자 싸늘한 대기 중에도 땀이 온 몸에 주르륵 흐르기 시작 했어요. 그러나 고추밭 끝은 보이지 않았어요. 하늘엔 늦게 뜬 그믐달이 숨어서 눈만 내밀고는 순아를 내려다 보고 있었어요. 순아는 허리 펼 사이도 없이 고춧대를 뽑고 또 뽑으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어린이를 위해 그 추운 겨울 엄동설한의 옥중에서도 밤을 새워 기도해주셨다고 했어.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야.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주일 예배는 꼭 참석해야 돼.’ 하며 입술을 깨물었어요. 어느덧 동녘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어요.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이랑의 고춧대를 다 뽑았어요. 그리곤 무릎을 꿇어 감사의 기도를 드렸어요. 동산에 서 막 자고 나오는 햇님이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어요.
 
한편, 순아 아빠는 순아를 깨워 고추밭에 보내려고 순아 방 문을 열어보니 이불이 잘 개어져  있어 ‘이 놈이 벌써 교회 갔나’ 하며 돌아서 나오는데 화가 치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도 ‘혹시’하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고추밭 가는 길로  올라갔어요. 고추밭에 다다랐을 때는 동녘의 해가 막 산위에 올라 언덕의 고추밭을 환하게 비추는데 고춧대가 나란히 무더기로 쌓아져 있었어요. 그런데 고춧대마다 햇살에 피가 선명하게 한 움큼씩 묻어 있는 것이 보였어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순아가  밭 끝 저쪽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데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얼굴이 빛이 났어요. 순간 순아 아빠는 큰 소리로 “순아야”하고 부르며 달려갔어요.
 
순아는 기도를 하다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아빠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어요. “아빠~아”하고 부르자 아빠는 순아를 와락 부둥켜 안고는 “아빠가 잘 못 했다. 이 아빠를 용서 해다오. 어디 손 좀 보자” 손바닥이 다 헤져 피가 엉겨버린 고사리 손을 아빠의 두 볼에 갖다대고는 “순아야 정말 미안하다. 순아야.” 아빠는 어린애처럼 엉엉 한 동안 울었어요.  “순아야. 아빠가 밉지? 이 미운 아빠도 전도관에 나가도 될까?” 뜻밖의 아빠 말에 순아는 “정말이세요. 아빠! 하나님 감사합니다.”
 
둥그렇게 올라 온 햇님이 언덕의 어두움을 걷어 내고는 부녀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을 보냈어요.
 
관장님은 이야기를 마친 다음 종수를 보고 “순아가 아빠하고 다닌 교회가 어딘지 알겠니? 맞아. 바로 이 교회지. 이 교회를 세울 때부터 순아가 다녔으니깐 순아 아빠는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셨겠지? 그 순아 아빠가 바로 우리 친구들을 제일 좋아하시는 이 덕구 할아버지이시지. 당시에는 우리 천부교 전도관이 이런 시골 구석구석까지 세워져 한사람의 어린이에게도 하나님 말씀을 전하려 하셨지.종수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멀어지는 시골 제단을 바라보다 일요일마다 드리는 예배에 가기 싫어 한 적이 몇 번 있었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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