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映像국어 시대를 향하여

박천서 / 한국 어문학회 상임이사
발행일 발행호수 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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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박천서 / 한국 어문학회 상임이사

현대를 영상시대라고 한다. 영상 표현이 갖는 의사전달 수단으로서의 폭발적인 위력과 무한대한 산업적 잠재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2천년 이상 써오다 광복이후 배척해 온 한자(漢字)는 글자 뜻이 글자의 형상(形象)에서 바로 드러나는 세계유일의 표의문자이다. 이 영상문자와 한글의 혼용원칙을 세워 영화, TV, 언론, 학술저서 등 인쇄 영상매체에 활용해 가면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영상국어의 강점을 만끽하게 된다.

한자문화권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그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한자를 배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느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요즘은 문서작성을 컴퓨터로 하므로 한자의 음(音)과 뜻만 배워도 한자 활용의 영상 국어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자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전형적(典型的)인 주장을 보면, 첫째는 한자가 중국의 글자이므로 한국인은 한글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애국적인 주장 같지만 그것은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인 사실과 한자를 배우면 모든 과목의 기초인 국어공부가 편해지는 사실을 잊고 하는 말이다. 한 예로 우리말의 “사기” (士氣 史記, 事記, 砂器, 詐欺) “영동”(嶺東, 永同) “여권”(女權, 旅券, 與圈) “사대”(師大, 私大)의 의미를 한자를 쓰지 않고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둘째로 한자를 배워도 한중일(韓·中·日)의 한자는 음(音)과 자형(字形)이 서로 달라 도움이 못된다고 한다. 한국은 정자체(正體字)를, 중국은 간자를, 일본은 약자나 일본식 한자를 사용하므로 의미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자는 음이 나라마다 달라도 자형과 자의는 공통되는 점이 많다.

자형에서 일본의 약자와 한자는 우리나라 한자와 비슷하고, 다만 중국의 간자가 우리의 한자와 크게 다르지만 간화원리(簡化原理)를 아는 그들이 정체자를 전혀 모른다는 짐작은 속단이다. 더욱이 중국고등학교과정까지 배우는 총 7,000자 중에 간자 이외의 4,762자는 우리나라의 한자와 같은 정체자이다.

셋째는 고속정보시대에 한자가 전산입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장의 뜻이 애매모호하거나 글자 획이 비슷하여 잘못 읽히기 쉽다면 그 입력이 무슨 효용이 있는가. 입력속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빠른 의미전달력이며 한자는 인터넷의 아이콘과 같이 보는 즉시 의미가 정확하게 인식되는 힘이 있다. 따라서 한자는 진정한 초고속(超高速) 정보문자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글만 써야한다는 좁은 생각을 버리고, 영상문자인 한자를 잘 활용하여 어떤 내용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며 어떤 새로운 개념도 신조어를 척척 만들어 소화해 내는 힘있는 영상국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세계의 무한경쟁에서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動力)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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