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과 김씨 왕조의 앞날

이지수 /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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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이지수 /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일이 사망했다. 미리 예견한 대로 아들 김정은이 3대째 권력을 상속받은 것 같다. 먼저 김정은이 일단 겉으로는 북한의 최고지도자 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내용적으로도 북한의 최고지도자일까? 이것은 김정일의 생전의 의중에 달려 있다. 생전에 그가 아들에게 전권을 주기로 했으면 실제 전권은 이미 김정은이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전권이란 무엇인가? 첫째 돈이다. 북한은 사유재산이 부인되는 체제이다. 유일한 재산가이자 최고 재산가는 최고 권력자만이 누린다. 권력의 힘은 이렇게 전지전능하다. 누군가 수백만 달러를 은닉해 놓고 있다고 해도 그 돈은 북한 내에서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쓸래야 쓸데가 별로 없다. 해외로 그 돈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는 한에서는.

배급이 기본인 체제이므로 모두가 배급권자의 입만 쳐다보게 되는데, 이 배급권자를 김정일이 과연 누구로 선정했느냐이다. 아마도 김정일의 재산(북한 전체가 그의 재산이지만)의 비밀금고 열쇠를 복수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 배급권자에게 모두는 충성하게 되어있다.

둘째는 실제 북한체제의 통치권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북한체제는 우리처럼 대통령, 장관, 차관, 국장, 과장 등의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통치가 행해지지 않는다. 대체로 스탈린이 그랬듯이, 장관이나 최고위층은 상징적인 자리로서 호사를 누리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그치게 마련이다. 실제 실무 장악은 그들을 건너 뛰어 젊은 실무자들이 최고 권력자의 직접 명령을 받고 움직인다. 그러므로 원로나, 고위층이 최고권력자의 통치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좀처럼 가능하지 않다.

셋째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이다. 김정일은 올 해 중국 러시아를 방문했다. 아마도 아들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의 어느 누가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게 된 형국이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점에서 필자는 김정은이 일단 무사히 김씨 정권 3대를 출발 시킬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까지만이다. 그 이후의 앞날을 살펴보면 전망은 반대가 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경제이다. 현재 북한경제의 현황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고, 방법은 변화(시장경제로의 개혁과 이를 위해 물적 인적 국내외 이동의 개방)만이 살 길이다. 중국도 북한의 안정, 나아가 한반도,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 북한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지만, 언제까지 마냥 지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김정일에게 개혁과 개방을 요구했다. 문제는 김정은이 과연 중국의 요구에 버틸 수 있는가이다. 어쩌면 중국은 북한 지도층의 누군가에게 개방을 거부하는 김정은을 제거한다면 뒤에서 지원해 줄거라는 암시를 보냄직도 하다.

김정은이 스스로 변화를 선도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은 북아프리카에서 보았듯이, 독재체제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독재정권에게 개혁과 개방은 독약과도 같다. 그러나 인민들에겐 복음이다. 혹시 김정은이 개혁 개방을 한 후에, 개발독재와 같은 형태로 권력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4대 김씨 정권까지는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김씨 정권은 조만간 종식되거나 이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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