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 실험과 한국의 대응 방안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지난 1월 6일 북한이 기습적으로 핵 실험을 감행했다. 작년 8월 남북간 정면 군사 충돌 위기가 8·25 합의로 극복되었고 10월 중국 당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관계가 개선되고 있었으므로 이번 핵 실험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북한의 발표가 궁금증을 풀어줬다. 김정은은 12월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요란스럽게 취소되고 남북 차관급회담도 결렬되자 바로 이틀 뒤에 핵 실험 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북·미 협상 가능성이 없는데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이 핵문제에서 양보를 해야 북·중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한국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겠다고 하는데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부하자, 김정은은 조신하게 행동해도 한·미·중 3국으로부터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의미이다. 고립되고 방기됐다고 여길 때 사고를 치는 게 북한 정권의 속성이다.
어쨌든 우리가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이나 핵 개발을 예방·억지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북한의 평화 파괴 및 도발에 대해서는 상응한 응징을 가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북한 정권을 뒤흔들 정도의 제재에는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에서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되 한·중 우호관계는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향후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급변사태 수습, 그리고 평화통일 등 제반 북한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려면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이제 호전적인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공격할 수도 있다고 가정하면서 국가안보 태세를 완비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안은 우리도 핵을 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60%나 되는데, 우리가 핵을 개발하면 국제 제재를 받게 되고 미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하겠다고 할 것이므로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대안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먼저 이제까지 미국이 구두로만 보장해온 핵우산을 조약이나 협정으로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독자적으로도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개발하면서 김정은이 반민족적으로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재래식무기로라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초첨단 정찰·감시장비와 대량살상 및 정밀타격능력이 구비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냉혹한 국제정치 무대에서 방휼지쟁(蚌鷸之爭)을 벌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방·억지하고 핵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 노력도 펼쳐야 한다. 우리가 주도하여 미국 뿐 아니라 중국도 동의하는 북핵 포기 보상안과 북한이 거절할 경우 중국도 시행할 가혹한 대북제재안을 함께 만들어 북한에게 제시하고 김정은의 결단을 압박해야 한다.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취해야할 자세는 무리한 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남북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모색함으로써 평화를 회복하고 관리하며 확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