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대화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북한이 새해 들어 연일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없는 그들의 파렴치함이 가증스럽지만 정부가 그들의 태도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를 피하는 것도 현명한지 의문이다.
동기만 옳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옳은 행동으로 평가되는 일상의 도덕과 달리, 정치에서는 동기보다 그 결과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옳은 정책이라도 성과가 나오지않으면 정치적으로는 책임을 지게된다. 냉전에서 승리했으나 경제에서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힘의 우위에 자만하여 도덕적 신념을 고집한 네오콘의 영향아래 이라크를 공격한 아들 부시는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받았고 미국의 국력을 소진시켰다고 비난받고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파탄상태지만 군사적으로는 우리 수도권을 초토화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네오콘과 유사한 경제력 우위와 도덕적 잣대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십 년간 정권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온 북한 독재정권의 버릇을 5년 내에 반드시 고치겠다고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옆으로 밀어놓고,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조차 할 수 없다고 할 때 과연 북한 정권이 남한이 두려워 버릇을 고칠 것인가?
이것이 가능하려면 북한 대외 교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우리와 협력하여 북한의 버릇 고치기에 동조해야 하는데, 중국은 오히려 북한의 자원 개발권, 나진으로의 해양 진출권 등을 확보하면서 동맹국인 북한 보호에 나서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성공 가능성은 더욱 어렵게 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서 대화마저 거부한다면 결국 남북은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지정학적 취약성과 대량살상무기 억지력의 대미 의존을 고려할 때 극한 상황에서 우리가 타협을 모색하지 않으면 수십만의 생명과 수십 년간 이룩한 번영이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보다 우리에게 평화의 가치가 수십 배 이상 큰 것이다. 또한 우리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결국 이룩할 통일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지 않을 경우 통일이 우리에게 경제적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를 회복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우리가 남북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형님으로서의 관용을 베푸는 것이고 통일 조국 건설을 위해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대화에 나가 북한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추가 도발을 예방하며, 체제붕괴 위기에 처한 북한의 안보딜레마를 감안하여 상호안보의 원칙과 동시행동에 입각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북한 정권이 아니라 우리 동포인 주민이 굶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식량 및 의약품을 지원하여 북한이 우리에게 적개심이 아니라 공경심을 갖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동구 공산정권이 붕괴한 것도 서방의 강압 때문이 아니라 그들 주민들이 자유민주국가의 풍요와 관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 역시 북한을 미래지향적으로 슬기롭게 관리·통제하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