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사다리? 희망의 원탁으로

강수돌 /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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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강수돌 /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일반적으로 ‘희망의 사다리’란 우리가 열심히 살면 보다 나은 상태로 올라갈 희망이 있는 상태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들이 열심히 일하면 분명히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삶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8% 달성’, ‘취업자 58만 명 증가’ 등 정부 선전과는 달리, 우리 현실은 정반대로 흐른다. 일례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07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2008년 1만 9295달러, 2009년엔 1만 7175달러로 하락, 4년 전보다 못해졌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서울 중산층의 비율은 2000년 67.8%에서 2008년 58.4%로 급감한 반면, 빈곤층 가구는2008~9년 사이에 13만 5천 가구나 늘어 모두 306만 가구다.
한편, 일 년에 사교육비가 무려 30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교육열’의 결과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으로 진학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일 년에 1천만 원씩 등록금을 내고도 4년 뒤 졸업장의 절반 정도는 ‘깡통계좌’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275만여 명으로 2000년보다 116만2천명(73%)이나 증가했다.

또, 수출 대기업은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라 하지만, 몰락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줄고 있다. 지
금 지방 도시의 상가들을 가보라. 절반 정도가 텅텅 비어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도 만만치 않다. 대형 마트나 일부 백화점 등은 잘 되지만, 대부분은 몇 달 못 가 간판이 바뀐다. 상위 20%는 성장의 혜택을 받는 반면 80%의 서민중산층은 소외된, ‘20대 80의 사회’다. 심지어 ‘10대 90 사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PD수첩’의 에는 ‘거액의 빚을 내서라도 좋은 APT를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가난해진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일례로, 대기업 중견간부 K씨는 2006년 중반 109㎡(33평) 아파트가 6억을 넘어 7억 원을 향해 가던 때, 더 오를 것이라 보고 무려 4억 원 넘는 빚을 내 집을 샀다. 500여만 원 월급 중 300만 원 정도씩 빚 갚는 데 썼다. 과연 반년 만에 아파트 호가가 1억 원 이상 뛰었다. 그러나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상징되는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5억 원대로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 3억 원 이상 날린 셈이다. 이런 식의 ‘하우스 푸어’는 수도권 100만 가구, 전국적으로 200만 가구로 추산된다.

자,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차분히 보면, 우리의 꿈인 ‘모두가 부자 되기’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쉽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희망의 원탁’을 만들면 어떨까? 모든 개인이 자신의 취향과 소질에 따라 열심히 산다는 전제 아래, 모두에 비슷한 대우를 하면 된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포도원 일꾼’ 이야기와 비슷하다. 즉, 사다리 질서의 상층과 하층으로의 양극화가 없이, 모든 사람이 중간 정도 수준으로 검소하게 더불어 사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희망의 원탁’ 위에서 각자 내면의 성숙과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며, 전체적으로는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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