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 방관할 수 없다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정치학 박사미국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8일 발효시킨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화·민주화 바람을 불어넣어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데는 북한 위기심화에 따른 ‘내부폭발(implosion)’ 가능성과 정권교체 등을 염두에 둔 대북 압박정책의 일환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조용한 외교’ 차원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된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이 불참하거나 기권한 것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상을 방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민족의 생존권이 걸린 북핵문제 해결이 북한 인권문제보다 우선한다는 관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뤄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의 생존권과 북한 주민의 인권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민족의 생존권이 담보돼야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전쟁에서 확인했듯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에 불어 닥치면 우리 민족 상당수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 북한 인권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사고’는 먼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서 경제난 해소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개선은 외부 압력도 중요하지만 민주화 등 내부동력이 뒷받침돼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양국의 역할분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인권법,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 넣어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유도하고, 한국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KBS 사회교육방송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활동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은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우리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야 할 때를 대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매년 상정하고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 참여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차원의 북한인권 문제 거론이 어려운 현 단계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간접적으로 북한인권 개선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