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의 은혜] 시신이 아름답게 핀다 (이경민 관장)
'너무 달라져 시신을 바꿨나 싶었어요'신규관장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권사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여러 관장님들과 함께 입관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
권사님은 오랫동안 병석에 계시다가 돌아가셔서 피부색도 상당히 어두웠고, 뼈에 가죽만 입혀 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척 야윈 모습이셨습니다. 얼굴에 살이 너무 없으니 볼은 홀쭉하고 입은 벌어졌고, 생명물을 입에 넣어드리고 나서 장례반 권사님들이 입을 다물여 놓아도 계속 벌어져서 나중에는 그냥 둔 채로 생명물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어두었습니다.
장소가 좁아서 입관이 진행되는 동안 저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방 밖에서 찬송을 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입관을 마치고 밖에 있던 사람들을 불러 시신을 보여주게 되자 한 선배 관장님께서 신규관장이니 많이 못봤을거라며 저를 맨 앞으로 밀어주셔서 바로 코앞까지 가서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홀쭉했던 양 볼엔
통통히 살이 오르고
볼화장한듯 발그레 변해
그때까지 저는 시신이 핀다는 것을 체험기를 통해서나 접해봤지 실제로는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때라 떨리는 마음으로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권사님을 가까이에서 본 순간 저는 사람이 바뀌었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두웠던 피부는 환해져있었고 골격이 그대로 드러났던 양 볼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또한 자꾸만 벌어지던 입은 곱게 다물어져서 굉장히 편안한 표정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랐던 점은 권사님의 두 볼이 마치 볼 화장을 한 것처럼 분홍빛으로 발그레하게 변해있었던 것입니다.
십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분홍빛의 발그레 하던 권사님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로 굉장히 곱게 변한 모습이었습니다. 90세가 다되셔서 병석에 계시다 돌아가신 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고왔던 권사님의 모습은 지금도 아이들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신규관장 시절의 소중한 체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