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쇼핑 초보사장 오정민 씨

수줍음과 차가운 시선 뚫고 알찬 열매 거둔다
발행일 발행호수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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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장의 ‘화려한 언변’보다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언니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투리 섞인 구수한 어감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편안함,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감이 어려있다. 하지만 수더분한 인상과는 달리, 얼마 전까지 수예부, 양재부, 총무부 등 한일물산(주)에서 굵직굵직한 일을 20년 간 해 온 모범사원이었다. 그동안 시온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온쇼핑’사업에 도전한 오정민 씨의 새로운 꿈을 들어보았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안하던 일을 처음 도전해 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고 설레는 일이지요.”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각오는 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담했다. 지금이야 문전박대를 각오하고 ‘맨땅에 헤딩’식으로 생판 모르는 아파트의 문도 두드릴 용기도 생겼지만 처음엔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서툴렀고, 사람들에게 “이 제품 써보세요.”라는 말은 더더욱 입 밖으로 내놓질 못했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앞에 흔들렸다.
“20년 간 회사생활만 해왔기 때문에 부산시내 길도 잘 몰랐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죠. 처음엔 사람들이 모두 저만 쳐다보는 것 같더라구요.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리고 부끄러운지… 그런데 어느 순간, 제품이 확실한데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남에게 좋은 것을 알려준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 해운대 중동에 위치한 ‘대일냉각기회사’이다. 회사 식당에 생명물 간장을 납품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요구르트 ‘런’을 홍보했다. 5일간의 홍보기간을 거치고 주문을 받던 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고객’이 탄생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하죠. 회사 연구실 직원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다보니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이더라구요. 그분 덕에 연구실에 계신 다른 분들까지 모두 저의 고객이 되었습니다.(웃음)”
오정민 씨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요구르트 ‘런’에 대한 효능을 차분하게 알려 주고,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고객에게는 서비스로  계속 제품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개인 보냉주머니에 일일이 아이스 팩을 넣어서 ‘정성’으로 ‘런’을 배달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자 오정민 씨의 세심한 배려와 정성에 감동한 고객이 한 명, 두 명 늘었고,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월 19일 부곡동에 ‘시온쇼핑’을 오픈했다.

“많은 사람들의 격려 속에 시온쇼핑을 오픈 했는데 미용실, 목욕탕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가게 주변 환경과는 달리 처음엔 장사가 너무 안 됐어요.”
오정민 씨는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며, 가게 주변 아파트와 상가를 중심으로 제품홍보에 나섰고 ‘고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온쇼핑을 방문하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오정민 씨는 먼저 고객과 마주앉아 침이 마를 정도로 연거푸 제품을 설명하고 구매를 강요하고 온갖 테크닉을 구사하여 어떻게든 물건을 판매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은 물건을 알린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기로 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한 ‘장사’가 아닌 시온제품을 알리는 사명감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본사에서 물건을 살 때도 나 개인의 취향으로 고르던 시각을 버리고 고객의 취향을 고려했고, 고객과의 약속은 칼같이 지켰다. 매일 아침마다 ‘런’배달을 끝내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직접 가져다 주고, 고객들과 본사를 방문하기도 하는 등 차를 몰고 다니지만 하루 해가 짧았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났다. 가까이서 신앙촌 물건을 사게 돼서 좋다는 반응을 시작으로 가게에 손님이 뜸하면 “신앙촌 장사 걱정을 내가 왜 하노. 그래도 자꾸 그래 된다. 참~”하시며 생명물간장, 양말, 화장품 등 시온제품을 구입하고 딸과 주변 이웃들까지 소개해주는 고객도 있었다. 백화점 물건보다 시온제품이 더 좋다며 주 구매처를 ‘시온쇼핑’으로 바꾸겠다는 고객도 생겼다.
오정민 씨는 그런 고객들을 보면서 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 마음가짐과 손발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남이 없기’를 더욱 더 간절히 바랐다.
아직도 한참 배워야 할 초보사장이긴 하지만 오정민 씨는 ‘한 번의  이익보다 길게 보는 고객’을 만들 것이라는 초보답지 않은 ‘경영 철학’을 세워두고 있다.
“고객들을 만나기 전 오늘은 내가  어떤 도움을 고객에게 드릴 것인가를 생각해요.”라며 고객이 뭘 필요로 하는지를 항상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최선을 다한다면 몇 년 뒤에는 수많은 고객을 모실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송미애기자sma@the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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