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장기 불황과 한국 경제의 활로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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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저금리 정책에 따른 통화팽창으로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의 재정위기 여파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아직도 회복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 후 잠깐 다시 불황에 빠지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 현상이 아니라 장기 불황에 빠진 형국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는 통화팽창과 재정적자가 원인이며, 이로 인해 붐(boom) 기간에 이뤄졌던 잘못된 투자와 소비 문제를 해결하고 불황 국면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 없이 시장의 청산 과정에 맡기라는 정책 조언을 해왔다. 이는 붐 다음에 터진 거품(bust)의 파편들을 모아 경제를 원상회복시킬 수는 없으니 이들이 시장에서 청산되고 새로운 경제구조가 만들어져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로존,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조언을 철저히 외면하고 다시 저금리 정책을 통한 통화공급 증가와 재정투입으로 불황 탈출을 시도하면서 몸살 정도로 끝날 어려움을 장기 불황으로 끌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일본의 20년 불황은 이 점을 특히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 환경에 직면한 한국이 독자적인 불황 극복 방안을 마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GDP와 맞먹는 수출입 규모가 보여주듯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상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상황을 독자적으로 타개할 수 없는 마당에 차선의 방책은 내부적으로 최선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곧 경제주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이 최선의 방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경제는 정부가 개입하여 조정함으로써 커 나가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서로 간의 자발적 협동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기업가들이 창의적이고 모험적으로 이윤 기회를 발견하는 활동을 정부가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규제 일변도다. 이른바 그 의미도 모호한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공약이 대표적이다. 기업지배구조와 출자구조 등은 오랜 세월동안 경제 환경에 걸맞게 진화되어 온 것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정책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부정하고,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도 시장에서 이들 간에 형성된 자생적 질서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능한 해법이다. 한 쪽의 이익을 다른 쪽에 나눠줌으로써 이루려는 동반성장은 결국 양쪽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에 더하여 경제의 부담능력을 초과한 복지 정책 또한 지금의 어려운 한국의 경제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복병이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인 것이어야지 계층, 연령, 성별 등을 기준으로 한 보편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복지는 본디 소비적인 것이지 생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선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시장경제의 운행 원리에 거스르지 않는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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