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식량 안보

이철호 /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제단 이사장
발행일 발행호수 2412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이철호 /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제단 이사장

식량안보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일 것이다.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온 청년 요셉은 7년동안 풍년이 들었다가 7년 동안 극심한 흉년이 들것을 예견하고 풍년이 드는 동안 식량을 비축하였다가 7년간 이어진 흉년을 무사히 넘기고 인근 다른 나라에도 식량을 공급해 애굽을 강대국으로 만든다. 이 이야기가 어쩌면 오늘의 이 나라에 주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일본의 수탈과 6.25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세계 최빈국 한국이 불과 30년 만에 보릿고개를 완전히 극복하고 모자라는 식량을 무제한 외국에서 수입해 먹게 되었다. 슈퍼마켓마다 먹을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냉장고문을 열고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마구 버리고 있다. 전체 공급되는 식량의 30% 이상을 음식쓰레기로 버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늘이 무서운 일이다.

지금 세계는 앞으로 닥쳐올 식량위기로 긴장하고 있다. 2008년의 곡물파동으로 30여개국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고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세계 70억 인구중 10억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변가의 비옥한 농경지가 바닷물에 잠기고 있으며, 바이오연료의 생산으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40%가 연료용 알코올로 전환되어 잉여농산물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이 경제발전 하면서 동물성 식품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인들이 우리처럼 육류와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 세계 곡물시장에 나오는 사료곡물을 싹쓸이해도 모자랄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에는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안이하다. 2010년도 26% 수준이던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금년에는 22% 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이다. 세계가 한국의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이유이다.

획기적인 식량 증산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농지전용을 강력하게 막고, 축산업 허가제도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기초사료의 10%라도 자급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여 농업을 포기하고 중화학공업과 전자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농업과 식량산업에 쏟아 부어야 한다. 식량비축제도를 강화해서 쌀뿐만아니라 콩, 밀,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을 충분히 비축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소비 절약도 대단히 중요하다. 음식낭비를 반으로 줄이면 식량자급율을 15% 올릴 수 있다. 온 국민이 아침밥을 먹으면 식량자급율을 3% 올릴 수 있다. 집 주변과 옥상에 채소를 가꾸는 도시농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온 국민이 식량의 소중함을 깨닫고 식량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 공급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도록 교육해야 한다. 식량자급실천 국민운동으로 앞으로 닥쳐올 세계 식량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