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NLL) 논의 타당한가?

유영옥 / 경기대 교수행정학 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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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유영옥 / 경기대 교수행정학 박사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1953년 이후 남북의 서해 북방 관할권을 양분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s Line)이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진보 좌파 인사들은 NLL이 영토개념이 아니라 안보개념 즉, 주권법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협상의 문제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고, 보수 인사들은 이는 영토개념이므로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고 한다.

1953년 유엔사는 예상하지 못한 무력출동을 방지하고자 서해5도와 북한 점령지의 중간선을 NLL로 선포한다. 당시는 국제법상 일반적으로 영해가 3해리였으므로 북한 영해와 NLL이 겹치지 않았다. 유엔사측의 조치는 합리적이었던 셈이다.

북한은 1973년까지 사실상 NLL을 묵인하였다. 1970년대 국제해양법상 영해가 12해리로 일반화되고 미국이 월남전에 발목이 잡히자, 북한은 1973년 군사정전위에서 최초로 NLL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1999년 6월 연평해전 및 2002년 6월 서해교전을 통하여 북한은 NLL이 분쟁지역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12해리 영해를 인정하는 국제해양법은 평시 국가 간 관계에 적용하는 것이지 남북한과 같은 정전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은 정전 당사자로서 국제법상 NLL 등 군사분계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국제법은 실효성의 원칙(principle of effectiveness)을 규정하여 어느 일방의 실질적 관할지역을 인정하고 있다. 1984년 수해물자 수송 시 남북한 호송선박의 상봉도 NLL에서 이루어지는 등, 북한은 약 20년 동안 NLL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그 묵인의 법적 효과를 인정할 의무를 지닌다. 이밖에도,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는 남북 경계는 1953년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당시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NLL의 의제화(agenda setting)에 집착하는가? 우선 평화공세를 통해 남한의 국론 분열을 유도하고 NLL이 남북 분쟁지역임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NLL이 황해도 바로 밑에 설정된 전략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서해5도의 고립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대한 공격력의 증대를 통하여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의제로 삼는 것은 이른바 남북한의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NLL은 이를 위한 대가성의 양보일 것이다. 정부의 기본인식은 경제적 상호의존
(economic interdependence)의 증가가 안보의 외부효과를 가진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는 상호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신뢰가 결여될 경우 의존성의 증가가 분쟁의 소지를 증가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기술적으로 휴전협정의 법적 당사자인 유엔사(UNC)를 제외하고 남북만이 NLL을 재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해결하고 군사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NLL은 논의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불리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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