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책의 재설정

장병옥 /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중동연구소 소장
발행일 발행호수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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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장병옥 /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중동연구소 소장

아프간 인질 사태로 인하여 피랍자들이 유무형의 국력낭비를 초래한데 대한 당사자들, 특히 이들을 파견한 교회에 대한 국민적 질책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당연히 납치범들의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질 사태를 통해 탈레반은 종교의 이름을 빙자한 무자비하고 사악한 테러집단임이 다시 한번 밝혀진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들이 다시는 이와 유사한 인질사태를 되풀이 할 수 없도록 규탄하고 응징해야 하며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정부의 대응도 따져볼 때가 되었는데, 인질을 구출하고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정부의 초기 외교적 대응은 상당히 미숙했다고 할 수 있었다.

첫째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군 철군 카드를 탈레반에게 너무 서둘러 보여줬다는 점, 둘째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의 대탈레반 군사작전에 애매 모호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 셋째 사건 초기부터 이슬람 세계에 외교력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테러단체와는 협상 불가” 라는 국제적인 불문율을 깨고 우리정부가 대면협상에 나섰다는 점 등이다.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나쁜 선례를 남김으로서 다른 나라들의 인질 구출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음은 물론 더 많은 테러를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우리 정부가 대면협상에 나서 탈레반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 것은 피랍자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제사회의 명분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생사의 기로에 처한 우리 국민을 눈뜨고 가만히 바라만 볼 수도 없었던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번 인질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그동안 강대국 위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이슬람 세계와의 외교를 강화하여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는 정치, 외교적으로 중동과 밀접하게 얽혀 있고 석유, 천연가스 등 경제적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 지역 외교관과 전문가는 태부족한 현실이다.

한국은 초기 대응에서도 이슬람 세계를 움직일 외교 채널이 거의 없었다. 탈레반 이슬람 국가가 1996년 수립되었을 때 제일 먼저 승인해준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아랍 에미레이트였다. 그 당시부터 우리 정부가 이들 국가들과 돈독한 외교적 유대관계를 가졌었더라면 처음부터 우왕좌왕하지 않고 문제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축적한 현지 네트워크와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하는 일본과는 대조가 되는 대목이다.

향후 중동지역의 이슬람 종교지도자, 부족장, 그리고 유력 언론인들과도 교류를 강화하여 민간 외교채널을 확보해 두는 것은 이 지역 외교의 첫걸음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슬람 회의기구(OIC)와 아랍연맹과 같은 중동 이슬람 세계의 주요 단체와도 평소 유대관계를 맺어 놓아야 한다. 또 한국의 대중동 이슬람권 전문가 양성 대책을 세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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