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출구 계획과 신흥국 경제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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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해 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서서히 끝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벤 버냉키 의장이 3단계 출구전략을 제시한 뒤, 세계 금융시장 특히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처음의 계획을 번복하는 듯 하는 발언을 했지만, 금년 하반기에 양적 완화를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 중단한 후, 2015년에는 금리 인상과 함께 풀린 돈을 회수한다는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2008년 금융위기는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푼 돈이 주택 시장에 거품을 만들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회복하는 길은 돈을 풀어 왜곡된 시장 기능을 바로 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돈 푸는 일을 중단해야 하는데, 오히려 돈을 더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 특히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우선 풀린 돈의 많은 부분이 지금은 미국 연준에 예치되어 있어 당장은 미국의 각종 물가지표가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운 예치금이 은행권 밖으로 나온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다. 요즘같이 전 세계가 개방되어 있는 경제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화폐 공급을 늘리든 모든 나라의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의 공급이 증가하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음으로 풀린 돈의 상당 양은 자본 이동의 형태로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은 금리 차이와 환율 변화에 대한 예상 등에 의존하는데, 이제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신흥국들로 유입된 자본이 양적 완화 중단에 따른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빠르게 유출된다면 신흥국들은 금융위기에 당면할 수 있다. 일본은 당분간 출구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한다면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거의 모든 경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화폐의 공급량을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화폐제도를 영화(令貨: fiat money)제도라고 하는데, 이 제도 하에서는 화폐의 인쇄 비용이 액면 금액에 비해 매우 낮으므로 쉽게 발행하여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가 어려우면 화폐 공급을 늘려 살려보려는 유혹에 빠졌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양적 완화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늘어난 돈으로 불황으로 접어든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행했지만, 이는 틀린 경제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서, 애초에 시행하지 않았어야 할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양적 완화를 종식하는 것이 그나마 세계 경제의 회복을 조금이나마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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