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를 탄 보람이

발행일 발행호수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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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보람이는 오송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보람이는 일그러진 얼굴로 혼자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칠우와 딱지 놀이하다 다투었거든요.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보람이는 칠우와 다툰 생각을 하다 하천 둑의 그늘도 없는 풀밭에 누웠습니다. 칠우와 다투었던 생각이 지워지질 않아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하늘에 있는 흰 구름이 마치 토끼귀 모양인가 싶더니 사슴뿔처럼 모양이 바뀌었습니다. 보람이는 구름의 변화하는 모습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여러 모양으로 바뀌던 구름 속에서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와서 풀밭에 누워 있는 보람이 옆에 앉는 것이었어요. 깜짝 놀라 일어나 옆에 앉은 비둘기를 보니 동물원에서 본 학 날개 보다 더 큰 날개를 퍼득이며 보람이에게 어깨에 타라고 하는 시늉을 보입니다.
 
보람이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얼떨결에 비둘기에 올라탔어요. 비둘기가 날개 짓을 하기 시작하더니 보람이의 몸은 공중으로 오르기 시작 했어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보람이가 사는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점점 작아져서 마치 네모난 지우개를 여러 개 세워 놓은 것 같았어요. 도로 위에 차들이 꼬마 장난감처럼 양방향으로 줄지어 달려가고 있는 것을 보자 보람이는 거인이 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보람이는 언뜻 칠우 생각이 났습니다. ‘칠우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혹시 내가 이렇게 비둘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을까?’
 
비둘기는 다시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비둘기는 환한 빛이 나는 곳에 앉았어요. 자세히 보니 그 빛이 나는 것은 보람이가 타고 온 비둘기와 똑 같은 비둘기였어요.
 
보람이는 이 광경을 혼자 보기에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머리에 맴돌고 있던 칠우의 이름을 크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지붕 아래서 “보람아! 보람아!”하는 큰 소리가 들려 왔어요. 보람이는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둑 위에서 외할머니께서 부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보람이는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봐도 그 하얀 비둘기는 온데간데없고 가방만 엉덩이에 깔고 있었어요. “아니 보람아 거기서 뭐하고 있니? ”
 
“할머니! 제가 잠깐 하늘을 쳐다보다 잠이 들었나 봐요. 그런데 비둘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어요.”
 
”그래? 어서 집에 가자.”
 
보람이는 외할머니댁에 놀러오면 외할머니와 교회에 갔던 기억이 났어요. 외할머니와 손을 잡고 가는데 커다란 교회를 가리키며 ‘저기 건물 위에 비둘기가 보이는 교회가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란다.’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다니는 교회 지붕 위에 있는 비둘기도 탈 수 있는 거예요?”
 
“뭐라고!”
 
“할머니, 나 그 비둘기 타고 싶어요.”
 
“그래? 보람이가 아까 비둘기를 타고 날랐다고 했지? 이번 일요일에는 비둘기 있는 교회에 가볼까?” 하며 웃으셨습니다.
 
보람이는 칠우에게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란 하늘에 있는 하얀 구름이 보람이 마음에도 가득차는 것 같았습니다.
< 글 안진순 / 그림 최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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