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공원의 새로운 친구들 (1)

발행일 발행호수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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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오랜 동안 살던 고향을 떠나 이곳 쌈지공원에 이사온 새로운 친구들이 빙 둘러 모여 서로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어요.
 
바위 옆에 떡 버티고 서 있는 벚꽃나무 친구, 돌 틈으로 이사 온 영산홍 친구, 길가에 줄지어 나란히 서 있는 백일홍 친구, 가느다란 철망에 얹혀 있는 어린 장미 친구, 늙은 매화나무와 그 아래를 감싸고 있는 맥문동 친구, 이사 오면서 굴삭기 장비에 상처를 입어 붕대를 감고 있는 소나무 친구 등 이렇게 많은 나무와 꽃 친구들이 모였는데 이 친구들 사이에 끼지도 못한 잔디가 바위 뒤쪽에서 납작 엎드려 있었어요.
 
제일 먼저 왕벚꽃나무가 좌우를 둘러보더니 긴 손을 들고 나서며 “새로운 친구들! 안녕. 내가 먼저 소개를 할께. 나는 왕벚꽃나무야. 보다시피 몸집도 크지만 큰 나무 중에서는 가장 이른 봄에 화사한 꽃이 온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우지. 그래서 내 꽃이 필 때면 어른 아이 모두가 내 가지 아래에서 봄꽃 잔치를 벌리고 흥겹게 놀거든. 사람들은 나를 제일 좋아하지.”
 
맞은 편에 서 있던 백일홍이 얼른 “그래. 연분홍 벚꽃을 화사하게 피울 때 비로소 봄이 온 것 같아. 그래서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 하는가 봐. 그런데 벚꽃은 한꺼번에 꽃을 피우지만 열흘도 못가서 시들하고 꽃잎이 떨어지잖니. 나는 벚꽃 보다는 늦게 피지만 백일동안 꽃을 피울 수 있어. 한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울 수 있거든. 그래서 가로수를 심는 사람들이 나를 가장 많이 심는 건 당연하지. 안 그래?” 이름 그대로 꽃이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은 배롱나무라 부르기도 한다며 자랑스럽게 소개 했어요.
 
이때 뒤에 서 있던 나이 지긋한 매화나무가 “그래. 너희들은 화사한 꽃과 예쁜 이름을 가졌구나. 나는 여러 친구들이 다 잠들어 있는 추운 겨울에 쌩쌩 부는 바람을 맞아 가면서 추위를 견뎌 꽃을 피우지. 그래서 내 꽃은 고생을 많이 하신 할아버지들이 좋아 한다 말이야.”
 
옆에 있던 동백나무가 말을 거들었어요. “맞아요. 여기 여러 친구들이 겨울을 맞아 잎도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우리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요. 강인함의 아름다움이랄가?” 동백나무는 매화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은지 매화의 말을 거들었어요.
 
이때 이사 올 때 팔에 부상을 입은 소나무가 “아니. 꽃은 봄이나 여름에 피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순리이지. 무슨 나무가 한 겨울에 꽃을 피운단 말이야. 그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면 얼어 죽지 않나?” 하니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대며 매화나무와 동백나무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들을 갸웃 거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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