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이효성(동화작가)
발행일 발행호수 2191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들의 마음도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오래도록 우리들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은 자신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에서 생기게 된답니다.

“큰일났구나! 여기에 서 있다가 버스 타면 앉아 가지 못하겠다.”
엄마가 말했어요.
전철을 타고 와서 마을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미 정류장에 줄이 길다랗게 뻗쳐 있었던 거예요. 용식이도 한숨이 나왔어요.
병원에서 퇴원한 엄마는 용식이와 줄 끝에 섰어요.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이젠 용식이 뒤에도 계속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어떡하면 아픈 우리 엄마를 버스에 앉아가게 할 수 있을까?’
용식이는 요모조모 궁리해 보았어요.
버스 안에 ‘노약자석’이 있지요. 거기에는 대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앉아가거나, 젊은 사람들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차지하기 일쑤였지요. 그러므로 젊은 엄마가 그 자리에 앉아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키가 유난히 작은 용식이었어요.
“엄마, 내가 자리잡아 드릴 테니, 여기에 서 계시다가 버스에 타세요.”
“에그, 새치기하려고?”
엄마는 맨 앞으로 가는 용식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손짓해 불렀어요. 용식이는 맨 앞으로 가서 아저씨에게 말했어요.
“버스가 오면 제 손을 잡고 함께 태워 주세요. 저 뒤에 병원에서 퇴원하신 엄마에게 자리를 잡아드리려고 그래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얼른 손을 잡아 주었어요.
한참 기다리던 마을 버스가 왔어요. 문이 열리고, 카드 대는 데서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하고 전철을 타고 온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용식이는 버스에 올라가서 두 사람이 앉는 좌석으로 가서 앉았지요. 한데, 손을 잡고 버스를 태워 준 아저씨가 앞좌석에 혼자 앉아 있다가 얼른 용식이 곁으로 와서 앉았습니다.
“어디까지 가니?”
“종점까지요.”
“편찮으신 네 엄마가 거기까지 서서 가면 고생 깨나 할 뻔했구나.”
벌써 자리가 다 찼어요.
“엄마!”
다가온 엄마를 보자, 용식이가 소리쳤어요.
“여기에 효자 아드님과 나란히 앉아 가세요.”
용식이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온 아저씨가 얼른 일어났어요. 용식이 엄마가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이미 그 아저씨는 내리는 데로 가서 섰답니다. 자리를 둘씩이나 마련해 주고요. ♠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