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수 관장 편 ⑥ 향취로 마음이 녹다

1. 당시의 이리전도관 모습 2. 이리역 폭발사고를 보도한 1977년 11월 12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6. 축복 물질을 메고 전쟁터 같은 이리로

1977년 11월 11일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는 당시 화약 제조업체인 한국화약(한화의 전신)의 화물열차가 다이너마이트용 화약과 뇌관, 초안폭양 등 모두 30여t에 이르는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 구내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폭발을 한 것입니다. 사고 원인은 화약 호송원의 실수로 촛불이 화약 상자에 옮겨 붙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폭발사고로 이리역에는 지름 30미터, 깊이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웅덩이가 파였고, 반경 500미터 이내의 모든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어 쑥밭이 되었습니다. 역에서 근무하던 철도 공무원 16명을 포함하여 59명이 사망, 중상 및 경상자가 1158명에 달하였으며, 1647세대의 7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부근 시가지는 사망자, 부상자가 넘치는 가운데 폐허가 되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이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폭발의 충격파 등으로 민가가 파괴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13만 명이던 이리 시민의 약 10분의 일이 피해를 입은 이 사건은 그때까지 발생한 우리나라 폭발사고 중 최악의 참사였다고 합니다.

당시 이리전도관은 이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리역 폭발사고 소식을 들으시고 이리전도관 교인들에게 나눠줄 내복을 축복해 주신 후 협회 직원이 직접 가서 우리 교인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습니다. 사고현장이 워낙 위험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선뜻 나서서 가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가겠다고 하여 하나님께서 축복하신 내복을 담은 큰 박스를 메고 이리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전쟁터 같은 이리역

폭발사고로 이리역까지 가는 모든 대중교통은 중단된 상황이었습니다. 또 위험한 곳이라 일반 사람들이 그곳에 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이리역 폭발사고 대책본부에 가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더니 사고 담당 관계자들은 “수고하신다”며 버스도 태워주고 기차도 태워주었습니다.

밤늦게서야 겨우 이리역에 도착했습니다. 가서 보니 폭발현장의 처참함은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았습니다. 건물의 유리창은 다 깨졌고 전기가 나가서 도시 전체가 컴컴했습니다.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리경찰서에서 이리전도관 종각이 보인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우박같은 유리파편
일단 경찰서를 찾기로 하고 이리역 근처를 돌아다녔습니다. 겨우 찾은 경찰서는 유리창이 다 깨져서 임시로 비닐로 가려놓았고, 주택이나 일반 건물은 가마니로 창문을 가려두었습니다. 어렵사리 경찰서를 찾기는 했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 이리전도관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내일 날이 밝은 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경찰서 근처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관에 들어가니 여관 역시 유리창이 다 깨져서 가마니로 창문을 가려놓았습니다. 11월 추운 날씨에 가마니로 가려진 창문으로 찬바람은 들어오고 난방도 되지 않아 방바닥은 발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축복하신 물건을 도둑맞거나 잃어버려서 교인들에게 나눠주지 못할까봐 염려되어 그 큰 박스를 밤새 부둥켜 앉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폭발사고로 인한 폭음으로 이리전도관의
모든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소나기같이
쏟아져 가구에 총알 자국처럼 박혔으나
교인들은 한 사람도 털끈하나 다친
사람이 없어

다음 날 아침 저는 일어나자마자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경찰서 너머로 이리전도관 종각이 바로 보였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종각을 보자마자 저는 한걸음에 전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저는 폭발사고로 인한 피해가 없는지 걱정이 되어 전도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이리전도관은 예배실 밖으로 사택건물이 있었는데 폭발사고로 인한 폭음과 동시에 제단 지붕 서까래가 내려앉으면서 그 충격으로 제단과 사택 유리창이 전부 깨져 있었습니다.

당시 이리전도관에는 임실웅 관장님이 시무하고 계셨는데 임관장님은 사고가 있기 전날 밤 가족들과 함께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큰 폭발음과 함께 텔레비전 바로 뒤에 있던 사택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면서 임관장님과 가족들을 향해 깨진 유리 파편이 소나기같이 날아들었다고 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피할 틈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폭발사고 폭음으로 깨진 수백 수천 개의 유리 파편들이 임관장님 가족 뒤에 있던 자개농에 튀었을 뿐 한 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택에 가서 현장을 보니 자개농에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유리 파편이 촘촘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도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축복해주신 내복
저는 임실웅관장님께 큰 박스를 보여드리며 제가 온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리전도관 교인들에게 나눠주라고 내복을 축복해주셨습니다. 교인들 모두 모이라고 하십시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전화선도 다 끊기고 시내에는 차도 다니지 않아 교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자 임관장님은 자전거로 직접 교인들 집에 가서 소식을 전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교인들은 또 다른 교인을 찾아가고 그렇게 서로서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소식을 전했지만 한낮이 한참 지나고서야 교인들이 다 모였습니다. “다 모이셨습니까? 하나님께서 이리역 폭발사고 소식을 들으시고 내복을 축복해주셨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신 내복을 교인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준 후 “못 받으신 분 없습니까?”하고 물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내복을 다 받았다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또 한번 놀랐습니다. ‘아! 하나님께서는 이곳에 모일 사람들까지도 미리 다 아시고 축복을 해 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신 내복의 수와 이리전도관에 모인 교인들의 수가 단 한명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딱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