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자 관장 편 ③ 아이 잃은 부모 심정으로 전도하면 될 것이다

발행일 발행호수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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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신앙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교역 생활을 하다 보면 유독 정이 가는 중앙이 있다. 성남 중앙이 그곳이다. 춘천에서 성남으로 발령났을 때 제단이 너무 작고 초라했지만, 아이들이 많아 부자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곧이어 신나게 제단이 개축되었다. 직접 모래도 개고, 슬레이트도 두 장씩 등에다 지고 날랐다. 여성회 교인들은 학생관장이 심방 간다고 도망갈 줄 알았더니 삽 들고 직접 일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워 하셨다.

여성회 교인들은 정만큼은 부자 못지않게 많았다. 콩나물 천 원어치 사가다가 제단에 오백 원어치 주고 가는 이영자 권사님, 평생 먹어본 과일 중에 바나나가 제일 맛있다고 사계절 바나나만 사다 주시는 권사님도 계시고, 박노남 권사님은 말없이 떡볶이를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주시고 가시고, 아이들 먹으라고 라면을 박스 채 사다주시는 권사님들도 계셨다. 안성숙 권사님은 조카딸 은정이를 매달 신앙촌에 보내면서 서너 명의 아이들의 차비까지 챙겨주셨다. 큰 부자 권사님은 없었지만 인정이 있는 따뜻한 중앙이었다.

그 중에 삼총사라고 초등학교 5학년인 안은정, 이진희, 이연진 이라는 학생들이 있었다. 은정이는 착하고 정이 많고, 진희는 재주가 많고 리더쉽이 있고, 연진이는 깍쟁이지만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 지역 특성상 부모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고 학원도 못 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끝나면 제단에 와서 내가 해주는 떡볶이와 라면 수제비 비빔밥 등 간식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적이 많았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제단에서 직접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옷도 빨아주고 공부도 가르치며 재미있게 지냈다.

축복일에 가려면 수원으로 가서 같이 대절 버스를 타고 다닐 때였다. 어느 해 여름, 신앙촌에서 신앙캠프를 2박 3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은정이는 평소에 머리만 닿았다 하면 아무데서나 잘 잤다. 그 날도 수원에서 성남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은정이가 잠들었다. 나는 몇 정거장을 남겨두고 은정이부터 깨웠다. 아이들이 열댓 명 되니 잘 챙겨야 했었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고 보니 은정이가 안 보였다. 은정이 어디갔냐고 찾자 어느 남자분이 “뒷 좌석에 있던 아이인가 본데 일행인 것 같아서 제가 깨워봤지만 안 일어나서 그냥 저도 내렸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반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허겁지겁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택시를 탔다. 버스 종점까지 가자고 하며 아이를 두고 내렸다고 빨리 가자고 서둘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날이 어두운데 아이를 잃어버렸으니 기가 막혀서 미칠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택시가 자꾸 산속으로 가는 것이었다. “아저씨, 왜 자꾸 산속으로 가요?” 하니 “이제 정신이 드나 보네요. 아이 잃어버렸다고 울더니 버스 종점이 남한산성 밑이에요. 버스 종점이 시내 한 가운데인 줄 알았어요? 아줌마 어떻게 안 할테니 걱정 마세요”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산속 버스 종점에서 헤맬 아이를 생각하니 더욱 더 걱정이었다. 버스 종점에 와서 미친듯이 “은정아!! 은정아!” 큰 소리로 외치고 다녔다. 그래도 아이는 없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심정이 이럴까?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그 때 저 어둠속에서 “관장님~” 하면서 은정이가 달려온다. 달려가서 아이를 안고 등짝을 때리며 “내가 미리 깨웠잖아, 왜 또 잤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하며 같이 울었다. 왜 아이 엄마가 아이를 잃어버렸다 찾으면 혼부터 내는지 알겠다. 둘이 손 붙잡고 한참을 걸어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집에까지 데려다 줬다.

우리가 내 고객, 새 식구, 교회 잘 나오다가 안 나오는 학생들, 내 자식들을 정말로 부모가 자식을 잃어버린 심정같이 챙기고 찾았다면 전도가 더 잘 될텐데. 너무 안일하고 편안하게 하나님을 따라가는 게 아닌가 부끄러운 심정이다. 가끔 절기 때마다 신앙촌에서 은정이를 보는데 제단에 열심히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은정아! 다시 널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끝까지 우리 같이 이 길을 갔으면 좋겠다.”
/소사동교회 여성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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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자 관장이 12번째로 교역일기를 게재하기에 이번 호부터 숫자를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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