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관장 편 ② 어느 파출소장의 불로초론(不老草論)

어느 파출소장의 불로초론(不老草論)
발행일 발행호수 2170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특별한 축복일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 반사들이 이슬성신이 내리는 게 보인다며 하나님 입과 손에서 하얀 솜뭉두리 같은 것이 ‘퐁!퐁!퐁’ 나온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나는 못 봤기 때문이다. 눈을 비빈다고 보일리는 없지만 아무리 해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생겼을까? 눈처럼 생겼을까, 아님 솜처럼 생겼을까?’ 그 시간 내내 두리번거리다 시간이 다 갔다. 하나님 말씀이 끝나고 생명물 축복해 주시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이제   물통 뚜껑 위를 통해 이슬성신이 ‘쏙!쏙!’ 들어간다며 ‘지금 누구 통에 들어갔다. 지금은 누구 통이다’ 하고 신기해 하며 깡총거렸다. 
 
 이슬성신을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축복일을 다녀오면 항상 기분이 좋다. 각 반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반사들은 신이 나서 관장님께 자랑을 늘어놓았다. 관장님이 나한테도 봤냐고 물어보면 곤란하니까 나는 친구들의 소리를 뒤로 한 채 살그머니 빠져 나와 혼자 찬송을 흥얼거리며 교회 주변을 돌아 다녔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오시더니 천부교회를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체없이 ‘여기예요’하고 아주 상냥하게 대답했다. 어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할아버지가 내 손목을 으스러지게 잡더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파출소가 어디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질질 끌려서 100m쯤 떨어져 있는 파출소로 갔다.
 
이유인즉 그날 축복일에 간 초등학교 4학년이 허락없이 교회를 가서 아직 집에 안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허락 없이 축복일에 갈 확률은 없다. 반사들이 1차로 허락을 받고, 관장님이 재차 확인을 하기 때문에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
 
 파출소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나를 유괴범이라며 돈 5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절대 못 풀어준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무슨 할아버지가 아이가 없어졌는데 돈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한 술 더 뜨는 사람은 나이든 파출소장이 었다. 이런 저런 질문을 나에게 쏟아 부으며 묻는 말 외에는 말하지 말라고  윽박을 질러댔다. 작은 파출소 안이 할아버지와 경찰관 목소리로 정신없이 웅웅거렸고,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이 한~참을 흘러갔다. 주눅이 들대로 든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할아버지는 화가 안 풀리는지 급기야 들고 있던 부채로 나를 때렸는데, 눈꼬리 옆 뼈에 정통으로 맞아서 부어올랐다. 그걸 본 젊은 경찰이 옆방으로 피신시키듯 나를 데리고 갔다. 
 
 “아저씨 전화 한 통화해도 되요.”   “관장님! 저 파출소에 있는데요. oo가 집에 안들어 왔대요” 잠시 후 관장님이 뛰어 오셨다. 파출소장은 교회에 대해서도 좋지 못한 말을 쏟아 냈고, 관장님에게도 심하게 대했다.  “당신이 책임자야? 나이?” 반말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조남일 관장님(現 순천교회 부인관장)이 그때 50대 초반 정도였다.
 
“아~거 참, 주민등록번호?” 여전히 반말이다. 주민번호를 확인한 소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나랑 같은 나인데 이럴 수가 있나? 최소한 5년, 아니 10년, 20년은 젊어 보이지 않느냐’며 옆에 있는 경찰에게 자신이 잘못 보는거냐고 자꾸 물었다. 
 
 잠시 후 소식을 들은 권사님 두 분이 허겁지겁 들어오셨는데, 소장은 다짜고짜 나이부터 물었다. 나이를 들은 소장은 목소리와 표정이 달라졌고, 행동까지 온순하게 변했다. 내가 생각해도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돌아갔다.  그 아이 할아버지가 언짢아하며 끼어들었다. 소장은 그 할아버지에게도 누가 이 분들을 할머니로 보겠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소란 속에 아이가 집에 왔다며 아이 할머니가 들어왔다. 할머니 말이 할아버지가 워낙 괴팍해서 할머니랑 삼촌이 친척집에 보냈다고 둘러대고 아이를 갔다 오게 했단다. 그런데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사실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할아버지만 자고 있으니까 할머니 들어 올 때까지 친구 집에서 기다리다 잠이 들었단다.
 
아이 가족들이 파출소를 나가자, 소장은 정말 진지하고 공손하게 관장님께 물었다. “저 혹시… 그 교회에서는 불로초를 먹습니꺼?” 그날 이후, 파출소 직원들은 수시로 교회 주변을 순찰하면서 반갑게 눈인사를 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젊게 보이는 주사도 약도 많지만, 20년 전에는 그런 일은 현실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함께 계실 때 우리는 다 젊었다. 그리고 나는 감기 한번 앓아본 적도 없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