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관장 편 ① 다섯 개 ‘슈거캐러멜’의 기억

다섯 개 '슈거캐러멜'의 기억
발행일 발행호수 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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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6-7년 전으로 기억된다. 한 아이가 씩씩거리면서 교회로 왔다. 도덕 시험을 봤는데 선생님과 다퉜단다.
 
문제) 길을 지나다가 5,000원을 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① 경찰서나 선생님께 가지고 가서 주인을 찾아준다. ② 내가 발견 했으니까 그냥 가져도 된다.
 
이 친구는 2번을 답으로 적었는데 선생님이 1번이 정답이라고 해서 따졌단다 “선생님은 길에서 100원이든 500원이든 주우면 주인 찾아줘요?” “정답을 적어야지. 시험인데”
 
큰 돈도 아니고 내가 안 주우면 누군가는 주워 갈 텐데 주인이 누군 줄 알고 찾아 주냐고, 그리고 어른들은 다들 먼저 줍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말하면서 왜 시험에 나오는 정답은 다르냐고 나에게 은근히 자기를 편들어 주기를 강요했다.
 
“관장님은 어떻게 해요?” “난 안 가져” “거짓말 마세요.” “정말이야. 내 것도 아닌데 왜 가져?”
 
그 아이는 지지 않고 계속 물었다. “그럼 백만 원 쯤 되는 큰 돈이 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할 거에요, 그래도 안 가져 올 거예요?” “그럴 때는 더더구나 만지지도 않고 바로 경찰서로 전화할건데.” “칫! 거짓말”
 
사실 나도 어렸을 땐 100원이라도 주우면 기분 좋게 가게로 가서, 먹고 싶은 과자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그래야 주운 돈도, 내 돈도 안 없어진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으면서부터 놀랄 일이 많이 생겼다. 직접 훔치는 것이 나쁜 것이라는 건 알겠지만, 떨어져 있는 것을 줍는 것, 생각으로 남의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것 등이 하나님의 법인 자유율법에 어긋나서 천국가기 힘들다고 했다.
 
진짜 진짜 천국에 가고 싶은데, 자유율법에 관해서 알고 나서 나는 많이 우울해 했었다. 자유율법도 어기면 안 되는데 어릴 때 도둑질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10원인가를 내고 뽑기를 하는 게 있었는데, 작은 동그라미를 뒤집으면 뒷면에 손가락 모양 그림이 나왔다. 그 손가락 수만큼 하얀 슈거파우더가 잔뜩 묻어있는 가로 세로 1-2cm정도 되는 캐러멜과 바꾸는 것이었다.
 
그날 내가 뽑은 손가락 개수는 세 개였는데, 휴지통에 버려진 다섯 손가락 그림과 바꾸어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캐러멜 다섯 개를 건네주었다.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옆 사람이 들을 것 같았고, 교실에 와서 앉아도 진정이 안됐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문구점에 잘 안 갔다. 중학교에 진학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그 문구점만 보이면 손가락 다섯 개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올라서 괜시리 먼 산만 쳐다보곤 했다.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고, 오랫동안 많이 부끄러웠다.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도 많이 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고 마음이 참 무거워진다.
 
우리 교회 앞에는 과일가게가 있는데, 학교를 마치고 내려오는 학생들이 그 앞을 지나다 진열된 과일을 하나씩 슬쩍 가지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주인에게 말했더니, 그런 일은 다반사라고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어느 때인가는 팬시점에서 여학생들이 단체로 몰려가 소란을 피운 뒤 물건을 한 두 개씩 가져 나오는 게 자랑거리인양 유행처럼 번지던 때도 있었다.
 
신앙촌에서는 가방이 열려 지갑이 보이는 채로 몇 시간씩 놔두어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헉”이라고 대답하며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믿고 자유율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커서 교회를 나오는 아이는 많이 다르다.
 
알고 행하든 모르고 행하든 죄는 죄다. 많은 아이들이 나 같은 아픈 추억은 안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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