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관장 편 ③ 요구르트 ‘런’ 드시고 마음이 점점 바뀌시네

`요구르트 '런' 드시고 마음이 점점 바뀌시네`
발행일 발행호수 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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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관장님 혹시 이쪽으로 지나 가십니꺼?”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요구르트가 먹고 싶은데, ‘런’을 갖다 줄 수 있냐고 미안해하는 올해 대학생이 된 우리 반사 어머니 목소리다. 가족은 엄마, 아빠, 딸 이렇게 셋이다. 이 반사의 엄마는 6년 전에 한 뇌수술로 인해 몸이 많이 불편한 상태였는데, 2005년 1월에는 아빠마저 뇌출혈로 쓰러져 두 분 다 거동이 불편하시다.

초등학교 때는 잘 보내 주시던 부모님이 딸이 중학교에 가면서는 심하게 반대를 해서, 몰래 교회를 나오고 있었는데, 아빠 병문안을 가면서 그동안 계속 교회를 다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셨다.

아빠가 쓰러진지 얼마 뒤 요구르트 ‘런’이 나오면서 딸은 아빠 몸에 좋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병을 뒤집어 놓고 정성껏 드시게 했고, 엄마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런데 정말로 요구르트를 먹고 나서부터 엄마 마음이 점점 바뀌어졌다. 한번은 이런 말도 했다. “‘런’을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년까지는 몸이 불편해서 집 밖 출입도 잘 안했는데, 요즘에는 잘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지팡이 없이 걷는 운동도 할 수 있게 됐고, 본인이 다니는 한의원장과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런’을 먹으라고 권해서 반사 어머니가 소개해 준 고객도 제법 많이 늘었다.

산재 혜택을 받는 것이 쉽게 되지 않아, 두 분의 병원비며 힘든 생활이 계속 되는데도, ‘런’ 값을 미루는 적이 없으셨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서는 일도 잘 풀려갔고, 아빠도 퇴원을 하게 됐으며, 가을에는 딸과 함께 신앙촌 나들이까지 하게 됐다.

처음 신앙촌에 모시고 오는 날, 반사와 나는 참 많이 떨렸다. 요구르트만 좋아하시지 종교도 다르고, 신앙촌에 대해서는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좋지 못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처음 신앙촌에 온 그 엄마의 첫 마디는 ‘공기가 다르네’ 라며 환한 미소와 함께 활짝 웃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런 곳에 폭포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한참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좋아했고, 몸이 안 좋아서 아무 음식이나 못 먹는데 기장신앙촌의 음식은 다 맛있다 하시며 딸에게 한 번씩 사 달라고 부탁까지 하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에게 덧붙였다.

“니는 이렇게 좋은 데를 와 한 번도 안 데리고 왔노?”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엄마는???…” 그동안 다니지도 못하게 했으면서 탓한다고 입을 씰룩거렸지만, 엄마는 듣는 척도 안하고 싱글벙글하셨다.

교회다니는 걸 반대하던 엄마, 신앙촌에 처음 와서
`니는 이렇게 좋은 데를 와 한번도 안 데리고 왔노?`

그렇게 신앙촌 첫 나들이를 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그날 가서 입어 봤던 옷이 사고 싶은데 다시 갈 시간이 있겠냐고 물으시며, 이번에는 올케랑 친구들도 데려가고 싶어 하셨다. 두 번째 신앙촌에 오셨을 때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니네는 처음이라 좋제?’하며 묻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 분들은 종교가 달라서 그런지 굳은 자세로 이곳저곳을 살피며, 좀처럼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 분들은 처음에는 이것저것 흠이라도 잡을 듯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세 번째 나들이를 하셨다. 이번에는 아빠까지 모시고 같이 갔다. 차에 타시면서 “신앙촌 가려고 아빠 병원 가는 날도 바꾸고 왔다” 고 하신다. 이 번에도 지난 번 갔던 친구들이 따라왔다. 우리 반사는 엄마를 자꾸 다른 종교로 데리고 간다고 그 사람들을 싫어하는 내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엄마 친구들이 이번에는 달랐다. 경계심은 사라지고 식품단지 구경을 가서는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표정이 환하게 살아나면서 처음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이 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반사 집에서 심방 예배를 드렸다. 엄마는 ‘내 친구들이 올 때는 자기는 나가버리면서 천부교회 사람들 오면 꼭 예배를 같이 드려야한다’고 딸이 하도 고집을 피워서 이렇게 앉아있노라고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예배를 드리면서 딸이 자꾸 눈물을 흘렸다. 옆에 앉은 아빠는 딸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아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엄마는 요즘 자주 얘기하신다. 딸 옆에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그림  변성아 학생관장/나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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