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 냉전 구도와 국가 이익

김근식 / 경남대 교수. 정치학
발행일 발행호수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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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김근식 / 경남대 교수. 정치학

천안함 사태는 남북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남북관계 전면중단만으로 종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동북아 질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천안함 발표 이후 남과 북은 각각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면서 한미 대 북중의 대결구도를 고착시켰다.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한국과 북한은 열띤 외교전을 벌였다. 한국은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를 얻으려고 노력했고 북한은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강조하며 중국의 지원에 의존했다.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에는 천안함 공격행위를 규탄하면서도 정작 공격의 주체는 밝히지 않은 채 평화적 해결을 주문하는 선에서 봉합되었다. 한국과 미국을 한편으로 하고 북한과 중국을 다른 편으로 하는 대결 구도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둘러싼 외교전에서도 분명하게 형성되었던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한미 대 북중의 힘겨루기는 계속되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천안함 후속조치로 택한 한미 연합훈련이 때 아닌 신냉전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합동의 대잠훈련에 대해 중국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동해에서 행해진 합동훈련에 대해 중국은 맞대응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중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지는 서해바다에 미국의 항모가 진입하는 것을 미국 주도의 대중 봉쇄의 일환으로 간주한 탓이었다. 천안함 사태가 예상 밖으로 한미 대 북중의 정치군사적 대결로 확산되는 모양새였다.

또한 천안함 이후 북한의 대중 의존은 더욱 심화되었다. 천안함 조사가 진행 중인 시기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에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불러들여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중의 정치군사적 유대와 협력은 변함없다는 메시지였다. 당연히 중국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또다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전격방문했다. 그것도 카터 전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놓은 채로 중국행 열차를 탔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대신 북중관계 진전으로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극적으로 보인 것이었다. 한국 역시 미국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대북 제재 조치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천안함 이후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했다. 한미 대 북중의 기싸움은 마치 냉전 시기에 조성되었던 진영간 대결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천안함 이후 동북아 신냉전이 우려되는 현실은 결코 한국에 이롭지 못하다. 탈냉전 이후 한국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그리고 남북관계가 상호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뤄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제일 동맹국이듯이 중국은 이제 우리의 최대교역국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이 재연되고 한국이 한편을 들어야 할 경우 한국의 외교는 실종되고 국가이익은 망실되기 십상이다. 남북관계가 파탄될 경우 한국의 외교적 발언권은 사라지고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도 결국 주변국가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으로 달려가고 한국이 미국으로 찾아가는 과거 냉전시대의 대결 구도 대신 이제라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촉진자로서 우리의 적극적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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