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를 위한 제언

박효종 /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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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최근 공정사회가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총리장관후보자 낙마와 외교부의 특채파동이 겹치면서 ‘공정’은 지도층의 부정과 불공정을 가늠하는 엄한 잣대가 된 것이다. 공정이란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대들보와 같은 중차대한 도덕률이다. 공정이 전제되지 않은 공동체는 더 이상 국가공동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신국론』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도 “정의가 없다면 국가도 강도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설파했을 정도다. 이처럼 자명한 공정의 가치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앵그리(angry) 사회’의 신드롬은 반칙과 불공정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공정사회는 올바른 지향점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공정사회의 원칙과 철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정사회는 복합적 개념이다. 체계론자들의 용어를 빌면, 공정성은 ‘단순계(simple system)’가 아닌 ‘복잡계(complex system)’임을 의미한다.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원인이 여러 개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가 하면, 또 하나의 결과는 여러 가지의 원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복합적 현상이 공정이다.

그렇기에 공정성은 정치·경제·사회·노동·교육·문화 등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있는 가치다. 인사나 취업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행정분야 등을 망라하며 상호간에 영향을 미친다. 즉 정치권력이 불공정한데, 기업분야는 공정하고 행정이 불투명한데, 교육분야만 공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가하면 공정사회는 단순히 “개인에게 공정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공동체에 공정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는 사회며, “나의 권리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나의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묻는 사회다. 또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하는 문제 못지않게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며 자문을 하는 사회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의 몫이 무엇인가”하는 질문 못지않게 “공동체의 몫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하는 사회다.

이런 점에서 공정사회는 ‘순환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 ‘순환(circle)’이란 하나의 현상이 그 자체로 하나의 원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로도 존재할 정도로 다른 현상과 고리의 관계로 얽혀있는 특징을 보인다. 순환에는 ‘선순환’과 ‘악순환’이 있다. ‘선순환’은 그 순환자체가 좋은 결과를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악순환은 그 고리가 나쁜 쪽으로 강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불공정사회의 악순환을 생각해보자. ‘기회’가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도 공정할 수 없다. 또 불공정한 결과는 불공정한 기회를 낳을 수밖에 없는 순환을 그리게 된다. 한편 ‘내’가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하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의 의식을 갖고 행동할 것이므로 누구의 권리도 존중받지 못하는 반칙과 불공정사회의 늪에 빠지게 된다.

물론 공정사회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기회가 공정하면 결과도 공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고 그것은 또다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권력층과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청렴과 헌신을 실천하면 시민개개인의 공정에 대한 도덕적 민감성은 더욱 높아져 사회는 더욱더 공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불공정사회의 악순환을 끊고 공정사회의 선순환을 일구어 내겠다는 것이 이 시점에서 우리의 굳은 결의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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