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신년 꽃꽂이를 체험하다!

발행일 발행호수 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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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예쁘다. 잠깐만 봐도 기분이 좋다. 꽃꽂이가 그렇다.”

신앙촌의 꽃꽂이 작품을 떠올리며 유명 작가의 시를 오마주해 보았다. 전부터 느꼈지만 신앙촌에는 꽃이 참 많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거리의 꽃나무에도, 가는 곳 마다 놓인 꽃꽂이의 우아한 자태에도 매번 시선을 빼앗긴다.

그런 꽃꽂이 작품이 더욱 풍성해지는 시기도 있다. 두 번의 절기행사(이슬성신절과 추수감사절)와 신년 꽃꽂이다. 특히 신년 꽃꽂이는 매해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체험해봤다. 신년 꽃꽂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5. 꽃꽂이의 서막

“꽃 선생님 오셨습니다~”

신년 꽃꽂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통칭 ‘꽃쌤’이라 불리는 박필순 선생님은 꽃꽂이 전문가로 사단법인 한국 꽃꽂이 협회 수경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며, 20년 넘게 신앙촌과 연을 이어오고 계신 분이다. 신앙촌 곳곳에 놓인 꽃꽂이 거의 대부분이 선생님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선생님은 오시자마자 창고로 직진하셨다. 창고에는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던 대형 화기와 다양한 조형물들이 선생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있는 항아리들은 구슬공과 함께 전부 종합식당으로 가주세요. 이 나뭇가지들은 레스토랑, 런 병이 달린 하얀 조형물은 맛길에 놔주시면 됩니다.”

선택된 화기와 조형물들은 큰 구르마에 실려 각기 정해진 장소로 이동됐다. 그런데 이 조형물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궁금하다. 형형색색의 리본이 감긴 나뭇가지, 사람 머리만큼 커다란 종이 꽃, 금색 대나무, 깨진 항아리까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이 조형물들로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궁금증이 생기자 다음날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D-4. 조형물 하나에도 정성을 담아

선생님이 미리 부탁하신 작업을 하러 아침부터 꽃방 앞에 모였다. 오늘의 임무는 잘린 대나무를 하얀색으로 칠하고, 맛길과 샘터 쪽 조형물에 달린 런 병에 물을 채워놓는 것이었다.

우선 대나무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마스크와 장갑, 작업복으로 무장한 우리는 비장한 얼굴로 락카를 들고 가지런히 누워있는 대나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치이이이익!’

락카가 분사되는 소리와 함께 대나무가 빠르게 하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하얘진 대나무들을 보니 매우 흡족해졌다. 비록 락카액이 뭉친 채 흘러서 호랑이 줄무늬처럼 되어버린 것들도 몇개 있었지만 2022년은 호랑이 해라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다음은 조형물에 달린 런 병에 물을 채우러 맛길로 갔다. 주둥이가 좁은 조리개로 비어있는 런 병에 물을 주면서 여기에 꽃이 들어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홍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런 병을 이용한 작품을 시도해보셨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신앙촌에서 나온 신제품이 잘 되기를 바라며 작품을 고심했을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D-3. 레스토랑을 더욱 분위기 있게

신년 꽃꽂이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레스토랑의 조명이다. 레스토랑 뒷 편에 꽃 작품을 전시하고 그 위에 반짝이는 조명을 달아 연말 분위기와 신년 느낌을 함께 낸다. 레스토랑 조명 설치를 담당하게 된 팀원들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전구 줄을 연결했다. 지난해와 다른 느낌을 내려고 조명을 사선으로 설치했는데, 결과적으로 V자 모양이 나왔다. 새롭고 만족스러운 시도였다.

2층 테라스 벽 쪽에는 어제 본 커다란 종이 꽃을 달기로 했다. 그냥 달면 심심할 수 있어서 꽃 술에 선이 얇은 조명을 감았다. 꽃잎이 전구 갓의 역할을 하면서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참 예뻤다.

레스토랑에서 전선과 씨름하는 사이 꽃 선생님은 종합식당 출구와 맛길, 샘터식당, 레스토랑의 꽃꽂이까지 완성하셨다. 종합식당에 놓인 깨진 항아리는 멋진 화기가 되었고, 샘터 식당에 설치했던 하얀 나무의 런 병에도 꽃이 피었다. 40년간 꽃꽂이를 하셨다는 선생님의 연륜과 내공이 느껴졌다. 내일은 종합식당 중앙 작품을 하겠다고 예고하신 뒤 선생님은 귀가하셨다.

조형물에 달린 런 병에 물을 담고 있다.(위)
대나무에 흰색 락카를 칠하는 모습

D-2. 아낌없이 꽂는 나무

꽃방 앞에는 전날 선생님이 가져오신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한아름 놓여져 있었다. 이 나무들은 꽃꽂이의 소재로 쓰일 예정이다. 이윽고 신문지로 쌓인 어마어마한 양의 꽃과 함께 선생님이 오셨다.

우리는 꽃과 함께 수레 가득 소나무와 동백나무를 실어 종합식당으로 갔다. 멀리서 보면 작은 숲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일만큼 풍성했다. 선생님은 꽃을 꽂으시면서 나뭇가지도 필요한 만큼 잘라서 사용하셨는데 그 많은 나무가 거의 다 들어갔다. 작품 하나에 들어가는 꽃과 소재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데 한참 작업하시던 선생님께서 잠깐 멈추셨다.

“살구색 꽃을 다 뽑아야겠습니다”

멀리서 보니 연한 색 꽃이 주는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힘찬 새해를 표현하기 위해 연한 살구색 거베라 꽃은 진한 자주색 카네이션으로 모두 교체되었다. 카네이션으로 바꾸고 나니 선생님 말씀대로 작품에 선명한 힘과 활기가 생긴 듯 했다.

계속해서 일하시던 선생님은 잠시 쉬신다며 의자에 앉으셨다. 커피를 마시던 선생님께서 넌지시 “작품 어떻습니까? 리액션이 없네. 리액션이”하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다. 뒤늦게 “아! 너무 예뻐요”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작게 미소 지으셨다. 선생님은 다시 꽃을 꽂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잠시 후, 선생님께 꽃꽂이를 배우고 있는 유쾌한 오 실장님이 멀리서부터 감탄을 하며 등장했다.

“어머! 너무 예뻐요. 선생님! 이 금색 대나무가 힘차게 뻗어나가는 새해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극락조 꽃이랑도 정말 잘 어울리네요. 진짜 멋있어요.”

선생님이 활짝 웃으셨다. 오늘 본 모습 중에서 가장 환한 미소였다. ‘선생님, 저도 표현 못해서 그런데요. 정말 정말 멋있었어요.’ 소심해서 마음 속으로만 외치는 윤기자였다.

D-1. 행복을 주는 해피뉴이어팀

식품단지와 이어지는 장미터널은 작년에 처음으로 신년 데커레이션을 시도한 곳이다. 꽃샘이 아닌 신앙촌 사원들이 직접 데코레이션을 진행해서 화제를 모았었다. 작년에 일명 해피팀(해피뉴이어팀)이 조직되어 12월부터 터널에 전구를 달고, 주변에 소나무, 솔방울 등으로 장식을 했다.

올해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작년 해피팀 일원으로서의 경험을 풀어보자면 한마디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소나무 전지작업 중인 곳에 가서 잘린 나뭇가지와 솔방울들을 모아 가져와서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하얀 조약돌도 몇 포대나 가져와 주변의 바닥을 장식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터널에 전선을 감는 작업도 체력과 시간을 요하는 일이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나무와 솔방울을 주우러 간 날 잘린 소나무 단면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던 일도, 다같이 우비와 장화를 신고 페인트를 칠하며 웃었던 일도, 나무에 감은 전선이 허술한 듯 했지만 막상 불을 켜보니 생각보다 예쁘다고 기뻐했던 일도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올해 장미터널에 가보니 전년보다 전구를 두 배는 더 감은 것 같아 보였다. 조형물들도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만큼 더욱 환하고 예쁘게 빛나리라 생각했다.

사람 머리만큼 컸던 종이 꽃. 수술에 조명을 감고 있다.

D-day. 새해에 더 큰 기쁨 주는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종합식당에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입구부터 전시된 꽃들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풍성한 종합식당 꽃 작품은 어른들이 특히나 좋아하셨다. 핸드폰으로 마음에 드는 꽃작품 사진을 찍으신 권사님의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아침 떡국을 먹은 사람들은 장미터널 앞으로 모였다. 반짝이는 장미 터널 아래서 어깨동무나 브이자를 그리며 사진찍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이 보기 좋았다. 정말 예쁘다고 감탄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꽃 선생님이 왜 리액션을 좋아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신앙촌 사람들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장미터널, 레스토랑 꽃꽂이, 일출 등으로 하나둘씩 바뀌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1년 내내 구상한 신앙촌 신년 꽃작품을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으로 며칠 밤을 지샜다는 꽃샘의 토끼눈과 찬바람 속에서 전구를 다느라 까끌해진 해피팀원들의 손등을.

예전이었다면 항상 새롭게 변화하는 아름다운 신앙촌의 모습을 당연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이 있다는 것을 나는 신앙촌에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새롭게 시작되는 희망찬 새해에는 모든 이들에게 기쁘고 감사한 아름다운 일들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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