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중학교, 할머니 이름으로 개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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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레이드 소스킨 중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 전날까지 후안 크레스피 중학교였던 이곳은 소스킨의 100살 생일을 기해 이름을 바꿨다. (출처=베티 레이드 소스킨 중학교 홈페이지)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인 베티 레이드 소스킨이 뜻깊은 100살 생일선물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긴 것이다.

그가 평생을 산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인근 마을 엘 소브란테에 있는 후안 크레스피 중학교가 소스킨의 생일인 22일(현지시각)을 기해 베티 레이드 소스킨 중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학교 공식 개명식이 이날 오전 9시 30분 소스킨과 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학교 개명식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도 전세계에 중계됐다. 학생회장의 환영사와 축가에 이어 교장과 학교를 관할하는 웨스트 콘트라 코스타 교육청장이 축사를 했다. 주인공 베티 소스킨에 대한 선물 증정에 이어 새로운 학교 문패가 공개되고, 소스킨이 내빈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미국 공립학교중에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딴 곳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큰 업적을 세우거나 명망가들인 경우가 많다. 생존 인물, 그것도 거창한 직함 없이 살아온 보통 시민의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헌정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베티 레이드 소스킨 중학교의 탄생이 더욱 주목받는 까닭이다.

이날 새롭게 이름을 바꾼 학교는 56년 역사를 가진 후안 크레스피 중학교였다. 후안 크레스피는 1700년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활동했던 스페인 출신 선교사이자 탐험가였다. 30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이 이름은 어떻게 해서 교체 대상이 된 것일까.

이 학교 학생들은 크레스피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던 중 이 지역 원주민 어린이들에 대한 각종 학대에 연루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교명 교체 운동으로 벌어졌다.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딴 학교이지만, 정작 해당 학교에는 흑인과 라틴계 등 소수인종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교체 여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9월 22일(현지 시각) 자신의 이름을 딴 중학교 명명식에 참석한 베티 레이드 소스킨(출처=AFP 연합뉴스)

결국 지난 6월 학교 운영위원회는 교명 변경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교명으로 베티 레이드 소스킨을 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미국 사회 전체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100세 어르신에 대한 공경과 예우를 표한 것이다.

ABC 방송은 “미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국립공원 관리인이자 사랑받는 지역의 유명인사인 베티 소스킨은 작가이자 음악가, 민권운동가인데, 이제 그는 100세가 됨으로써 또 하나의 성취를 이루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파크 레인저는 그저 그녀의 가장 최근의 인생의 장(章)일 뿐’이라는 제목으로 삶의 궤적을 집중 조명한 장문의 피처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 앞서 그가 소속된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소스킨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한정판 스탬프를 출시하기도 했다.

1921년 9월 22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레이드 소스킨은 여든 네살에 ‘리벳공 로지 국립 2차대전 역사공원’ 문화유산 해설사로 채용되면서 최고령 파크레인저(제복을 입고 국립공원 순찰과 경비·안내 등을 담당하는 사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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