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살 길

발행일 발행호수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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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출연자가 바지를 벗고 알몸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방영된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안방에서 가족들이 시청하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의 생중계에 이제는 나체춤까지 등장하는 세상이 됐다”는 탄식과 함께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패륜, 음란, 퇴폐를 부채질 해 온 방송사의 도덕 불감증’을 징계하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나 표면적인 개탄과 분노의 이면에, ‘무대 공연에서도 하던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라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에는 ‘노출이 뭐가 나쁜가?’라는 젊은 층의 댓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에는 음란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몇 초간의 ‘알몸 노출’을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알몸 노출’도 별 것이 아니라는 정도로 퇴폐가 일상화되고 그것을 ‘개성의 표현’이니, ‘개인적 자유’니 할 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깊이 병들어 있는 것이다.
 
사실 저질 방송의 책임을 방송사에만 떠넘길 일은 아니다. 방송의 품위와 질도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수요(需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음란 저질 프로그램은 그것을 선호(選好)하는 시청자의 잠재적 욕구가 있기 때문에 공급된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프로그램의 생사를 좌우하다 보니 제작진들은 시청률이 올라가 값비싼 광고를 많이 유치할 수만 있다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내용이라도 좋다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는 방송사에게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의 유혹을 철저히 외면하라고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는 시청률을 의식하는 상업성 외에 국민의 윤리의식과 건전한 정서를 선도(先導)해야 한다는 엄정한 사회적 책무가 있고 그것을 포기하는 어떠한 행태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와 시청자 사이에 저질 프로그램을 확대 재생산하는 불건전한 고리를 먼저 끊을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방송사는 시청자의 요구에 손쉽게 영합하지 말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질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살아 남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이 기회에 이 같은 사고 관련 방송사에 대한 징계조항이 삭제된 방송법을 재개정하여 문제가 생기면 형식적인 사과와 문제 프로그램의 폐지 등 솜방망이 처벌만을 할 것이 아니라, 방송사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견제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CBS방송이 여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장면을 내보낸 데 대해 방송사상 최고액인 55만불의 벌금이 해당 방송사에 부과된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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